[칼럼] 일본 아르바이트 현장에 부는 ‘두 시간 구인’ 바람

people walking on the street

얼마 전, 도쿄의 한 패스트푸드점 앞에 붙은 구인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보통의 채용 공고라면 “주 3회 이상”, “하루 4시간 이상 근무 가능자”라는 식의 조건이 붙기 마련인데, 이 광고는 달랐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한 번에 두 시간만이라도 오실 수 있다면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야간 수당을 포함해 시급은 1,300엔 이상. 어느새 일본의 최저임금은 천엔을 훌쩍 넘었고, 야간 아르바이트는 그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일본의 아르바이트 임금 상승폭은 한국에 비하면 크지 않다고들 하지만, 지금 일본 사회는 아르바이트 인력 부족의 심각성을 체감하는 중이다. 편의점, 음식점, 패밀리레스토랑, 어디를 가도 “급히 모집 중”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고, 일손이 부족하다는 점은 일상생활 곳곳에서 체감된다. 저녁시간 음식점에 가면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고, 주문을 해도 음식이 나오는 데 한참이 걸리는 건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몇 가지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 하나는 파트타이머들이 예전보다 정규직이나 계약직 등 기업의 안정적인 일자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시장에서 인력 쟁탈전이 벌어지면서, 예전 같으면 파트타임 근무나 아르바이트를 했을 법한 사람들이 이제는 기업의 사무직, 생산직, 서비스직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고령화로 인한 노동 인구 감소 역시 뚜렷한 원인이다.

이 와중에 눈에 띄는 것은 일본의 구인 문화가 “유연성”이라는 방향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 두 시간만, 일주일에 두 번만이라도 괜찮다는 메시지는 고정된 시간에 긴 노동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학생, 육아 중인 부모, 은퇴한 시니어 등에게 “단시간 노동”은 부담 없는 진입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노동 인구가 줄고 있으며, 특히 3D 업종에서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앞으로는 사람만으로 노동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럴수록 로봇과 자동화 기술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일본에서는 이미 무인 계산대, 자동 조리 로봇, 배달 로봇 등이 도입되어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일손이 부족한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융통성’과 ‘기술’이다. 고정된 노동 개념에서 벗어나, 짧고 유연한 노동, 사람과 기술이 협력하는 시스템을 설계할 때다. ‘두 시간만이라도 와달라’는 일본의 구인 공고는 단순한 문구를 넘어,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를 상징하는 신호탄처럼 느껴진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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