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의 거리가 유난히 깨끗한 이유를 생각해보다

20여 년 전 일본에 유학을 와서 살아보니, 가장 먼저 피부로 와닿은 건 거리의 청결함이었다. 여행으로 일본에 왔을 땐 눈앞에 펼쳐진 낯선 풍경에 정신이 팔려 길이 깨끗한지 더러운지 따위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유학생으로서 일본에서의 삶을 시작하고, 관광지가 아닌 주택가나 시장, 골목길 같은 평범한 공간을 걸어 다니기 시작하면서는 매일 아침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달랐다. 거리엔 쓰레기 하나 없고, 사람들이 침을 뱉는 일도 없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질서였다. 자전거는 지정된 장소에만 세워지고, 전철역에서는 누구나 당연하다는 듯 줄을 선다. 새치기나 무단 끼어들기는 좀처럼 보기 어렵고, 불법 주차도 흔치 않다. 그러다 보니 생활이 예측 가능하고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적다. 일본 사회의 이러한 질서와 청결은 단순한 시민의식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나는 왜 일본이 이렇게까지 질서를 잘 지키고 거리를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됐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청소”였다. 일본에서는 거리 청결이 환경미화원만의 몫이 아니다. 집주인은 집 앞을 쓸고, 가게 주인은 자신의 상점 주변까지 정리하며, 아파트 관리인은 건물 안팎을 늘 깨끗이 유지한다. 심지어 학생들도 학교에서 직접 청소를 한다. 쓰레기를 줍는 것, 물걸레로 닦는 것, 빗자루질을 하는 것이 생활의 일부로 정착돼 있다.

이처럼 청소를 ‘시키는 것’이 아닌 ‘함께 하는 것’으로 체험한 사람은, 공공장소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데 죄책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 청소를 해 본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공간을 아끼고 관리하는 감각을 몸에 익히게 된다. 깨끗함은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유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 사회에는 이러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압박이 존재한다. 줄을 새치기하거나 공공규범을 어기는 사람에게 일본인은 소리 내어 화를 내기보다는 조용히 “쯧” 하고 혀를 찬다. 이 작고도 날카로운 반응은 강한 불만의 표현이며, 질서를 깬 행위에 대한 비언어적 경고다.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면서도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자전거 주차 문화에서도 이러한 질서감각은 분명히 드러난다. 일본에서는 자전거를 아무 데나 세우면 곧바로 경고 스티커가 붙고, 며칠이 지나면 견인된다. 견인된 자전거를 되찾으려면 몇천 엔의 벌금을 내고 직접 보관소까지 가야 한다. 한 번 불편을 겪은 사람은 다음부터는 자전거를 지정된 곳에 세우는 습관이 생긴다. 질서를 지키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비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처럼 일본은 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어 교육, 체험, 사회적 규범, 그리고 제도적 장치를 모두 활용하고 있다. 질서는 가르치고, 함께 실천하고, 지키지 않았을 때는 명확하게 대응한다. 그 결과, 거리는 조용하고 깨끗하며, 사람들의 일상은 안정감을 준다.

우리가 종종 “일본은 거리도 깨끗하고 사람들이 질서를 잘 지킨다”고 말하지만, 그 배경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교육과 문화, 제도가 함께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는 결국 하나의 공동체 감각으로 귀결된다. 깨끗한 거리는 누가 대신 청소해줘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일본은 매일의 삶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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