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진로는 ‘탑다운’으로: 교사와 부모가 함께해야 할 설계

도쿄에서 열린 진로진학상담교사 정경영 선생님의 강연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랜 시간, 수많은 학생들과 진심으로 부딪쳐온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오직 현장에서만 나올 수 있는 울림이 있었다. 무엇보다 가슴에 남은 건 “직업을 먼저 설정하고, 그에 맞는 학과와 과목을 역으로 설계해가라”는 메시지였다.

나는 일본의 사범대학에서 미래의 교사를 키우고 있는 교육자이자, 두 아이의 부모이기도 하다. 그런 내게 ‘진로’는 단지 학교 안에서의 교육 문제가 아니라 가정과 교실을 아우르는 근본적인 고민이었다. 어떤 아이든, 자신이 뭘 잘하는지를 알아야 하고, 그 ‘잘함’이 사회에서 어떤 직업과 맞닿아 있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여전히 모호한 상태에서 학과를 선택하고, 졸업 후에는 자신에게 맞지 않는 길을 돌아 결국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곤 한다.

정경영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했다. 진로는 ‘탑다운(Top-down)’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직업명을 먼저 정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과 성격, 학과와 계열, 그리고 선택 과목까지 차근차근 거꾸로 짚어가는 방식이다. 이는 무조건 빨리 결정을 내리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을 들여 자신을 돌아보고, 진짜 원하는 삶의 모습을 상상해보게 만드는 전략적 사고다.

학생이 진정으로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자녀가 가장 빛날 수 있는 환경이 어디인지 찾는 것은 단지 진로지도 차원을 넘어서 삶의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교사가 해야 할 일이고, 부모가 해줘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진로 설계’라는 말이 설계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 결코 우연에 맡겨서는 안 되는 ‘설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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