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에서 ‘쓰나미’는 노래 제목조차 금기가 된다

aerial view of city near body of water

오늘 아침, 캄차카반도 근해에서 발생한 마그니튜드 8.8의 강진으로 인해 일본 열도 전역에는 쓰나미주의보와 경보가 내려졌다. 특히 홋카이도와 동북지역, 그리고 일부 태평양 연안 지역에는 1미터를 넘는 쓰나미가 실제로 관측되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의 불안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거리 곳곳에서 감지된다. 일본 열도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감하는 ‘쓰나미’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는 상상 이상이다.

우리 집 둘째가 내일부터 치바현 바닷가로 수련회에 가기로 되어 있다. 바다에서 하는 체험학습, 물놀이는 물론 수련 프로그램 전반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치바에도 쓰나미주의보가 발효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직후, 부모로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이를 보내도 되는가’였다. 학교나 교육청에서 뚜렷한 공지가 내려오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결정이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일본인들이 쓰나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몰고 온 쓰나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맞물리며 현대 일본 사회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당시 20미터를 훌쩍 넘는 거대한 해일은 단 몇 분 만에 도시 하나를 삼켜버렸고, 만 단위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런 기억이 남아 있는 이 땅에서 ‘1미터’라는 숫자도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밴드, 사잔올스타즈(Southern All Stars)의 대표곡 제목이 ‘쓰나미’였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이 단어의 일상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동일본 대지진 이후, 노래방에서조차 ‘쓰나미’를 부르는 것이 꺼려지게 되었다. 단어 하나가 인간의 감정선을 자극하고, 기억의 뚜껑을 열어버리는 그 강도를 일본 사회는 잘 알고 있다.

일본은 지진, 쓰나미, 홍수, 태풍이 매해 반복되는 재난 대국이다. 여름방학의 수련회조차 날씨와 자연재해 앞에 유동적인 일로 바뀐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지금 여기에 충실하자’는 태도를 배운다. 내일이 불확실하기에, 오늘을 더 소중히 여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자연의 힘 앞에서 더 감사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더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뿐이다.

그 마음으로 나는 오늘도 내 아이의 수련회 일정이 무사히 진행되기를 기도하고, 일본 전역에서 재난에 맞서 살아가는 이들과 마음을 나눈다. 큰 피해 없이 모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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