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경 없는 가위―일본 미용사의 글로벌 도전

일본 후생노동성 ‘위생행정보고예’에 따르면 2023년 3월 말 기준 일본 전역의 미용실은 26만 9,889곳, 현역 미용사는 57만 1,810명에 달했다 . 2024년 3월 말 잠정치로는 각각 27만 4,070곳과 57만 9,768명으로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10 평 남짓한 동네 살롱부터 대형 체인까지 “가위 소리”가 끊이지 않는 풍경은, 일본에서 미용이 얼마나 생활밀착형 서비스가 됐는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숫자의 화려함 뒤에 숨은 레드오션이다.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면서 인건비 상승 폭은 제한적이다. 2023년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가 밝힌 일본 미용사의 평균 연소득은 379.7만 엔(약 2만 6,000달러)에 머문다 . 반면 미국에서는 헤어스타일리스트 평균 시급이 24.34달러, 연 5만 달러 안팎이다 . 같은 커트 한 번에 소비자가 지불하는 금액이 일본의 두세 배, 팁까지 더해지니 ‘연봉 10배’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일본인은 ‘밖으로’ 나가기를 머뭇거린다. 외무성 집계로 해외에 체류 중인 일본 국적자는 129만 여 명에 불과하고 , 일본계 후손(닛케이인)을 포함해도 세계 전역의 일본계 인구는 약 500만 명 수준이다 . 같은 조건으로 본국 인구 대비 해외 거주 비율을 살피면 일본 3%대, 한국은 14%에 달한다. 재외동포 708만 명이라는 한국의 규모는 일본을 압도한다 .

좁은 시장에 남아 서로의 가격을 깎아내리느니, 세계 최고의 기술과 섬세한 서비스 정신을 ‘수출’하는 편이 낫다. 뉴욕·L.A.·시드니·두바이 어느 도시를 가도 “일본식 컷”을 찾는 소비자는 있다. 시술 설명에 쓰는 영어는 300단어면 충분하고, SNS로 작품 사진을 올리면 언어 장벽도 크게 낮아진다.

20대 초반에 해외 살롱 인턴으로 시작해 서른 전에 숍 오너가 된 선배들이 벌써 늘고 있다. 이들은 일본의 ‘가위 문화’를 현지화하며 브랜드를 만들고, 연 봉이 아닌 연 수입 단위로 자신을 평가한다.

미용실 총량이 정점을 찍은 지금이야말로 “가위를 들고 국경을 넘을” 타이밍이다. 일본 미용사들이 ‘섬나라’의 경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통(通)하는 순간, 일본식 환대(おもてなし)는 또 한 번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것이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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