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이 희망인 사례의 주인공인 제자 이야기 –

11+22+11의 의미는? 이라는 질문으로 도쿄의 학부모 대상 대입 특강을 시작하였다. 참석 학부모의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하여 강의 주제가 만만치 않았다. 3년 혹은 12년 재외국민 특례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부터 일본 대학이 진학 목적인 학생의 학부모인 경우와 초등생부터 고등학생 학부모까지 학부모님의 니즈가 워낙 다르다고 판단하여 교육의 본질에 대한 나의 교육 철학으로 시작하고 마무리하였다.
첫 11년은 나의 첫 번째 직업인 한전에서의 엔지니어 경력이다. 가정 형편상 대입 진학이 목적인 일반계고 대신 진학한 특성화고등학교인 수도공고는 한국 전력 사원 양성이 목적이었다. 3년간의 풀 스칼러십(숙박 및 수업료와 교복 등 제공)이었고, 비록 의무연한이 있었지만 내가 원하기만 하면 평생직장이기도 했다. 신이 내린 공기업이란 별칭을 가진 직장을 그만두고 급여가 거의 반토막 나는 직장으로 전직을 하는 게 쉬운 결정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교사 1년 만에 나는 감히 단언하였다. 한전 11년보다도 교사 1년이 훨씬 더 행복하고 감사하며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고.
이렇게 시작한 나의 영어 교사 생활은 한전 11년의 2배인 22년간 이어졌다. 한전 11년보다 교직 1년이 더 보람되게 만들어 준 제자가 바로 이번 도쿄 특강을 위해 항공편과 호텔 숙박권을 제공하며 초대해 준 제자 <김세진> 파이낸셜뉴스 일본법인장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세진이를 2학년 때 나의 교직 첫 제자로 만나게 되었다. 사회생활 경험자로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기초영문법 무료 특강을 하게 되었고, 그 수업에서 만난 세진이는 기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영어 성적 향상으로 수능 영어 150% 가산점을 주는 성균관대에 합격하며 숨은 재능을 발휘하여 성장, 발전하여 지금의 파이낸셜뉴스 일본법인장이 되었다. 그리하여 세진이는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의 사례로 소개되어 고대부고가 있는 성북구에 출마하면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농담 아닌 농담을 할 정도로 고대부고 후배들에게는 전설이 된 제자다.
세진이로 인해 교사로서 학생의 성적 향상과 대입을 위해 애쓰는 교사가 아니라, <기초를 잡아주고 기본을 잡아주는 데 온 힘을 쏟게 되었다. 이렇게 <기초를 잡아주면 성적은 더불어 향상하고, 대입도 저절로 해결되더라>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기초가 튼튼해야 높은 집을 짓는다는 속담과 반석 위에 집을 지으라는 말이 진리임도 알게 되었다.
22년의 반에 해당하는 마지막 11년은 진로 교사로서의 삶이다. 22년간의 영어 교사로서 가르치는 기쁨 혹은 희열이 있었다면, 11년간의 진로 교사로서의 삶은 보람 그 자체였다. 세진이 덕분에 선행학습에 메몰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선행학습할 시간에 중학교 과정을 다시 하여 기초와 기본을 제대로 다지는 게 진정한 실력 향상의 지름길임을 자신감을 가지고 상담해 줄 수 있었다. 고마운 세진이다.
세진이에게 나는 담임도 아니었고, 1년간 정규 수업에서 만난 사이가 아니다. 한 학기 특강으로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평생 고마워할 줄 아는 인성으로 교사인 내가 오히려 세진이에게 배울 점이 많은 제자다. 세진이가 졸업하고 어머니가 뵙고 싶다 하여 세진이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세진이와 관련한 상담이 있으려니 하고 찾아갔는데, 나의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진수성찬>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 생애 처음으로 진수성찬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던 감동을 3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런 세진이로 인해 난생 처음 외국 초빙 특강을 마쳤다. 초등과 중학생 아이를 둔 와세다대 교수님은 <자기 자녀의 진로에 대한 서광의 빛을 발견한 기분>이라면 엄청나게 좋아해 주셨고, 손주를 위해 참석하신 한일문화교류협회장님께서는 <간단명료하고 알아듣기 쉽게 머릿속에 심어주셔서 선생님의 강의에 동감하면서 저의 인생의 한 페이지를 그리는 것 같아 강의 내내 흐뭇하였습니다.>라는 말로 강의 촌평을 해 주셨다. 개인 연락처를 달라는 학부모님들에게는 세진 법인장이 따로 소통할 공간을 마련해주기로 하였다.
영어 표현에 Theory is one thing, practice is another(이론과 실제는 별개의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교육이 희망>이라는 나의 교육 철학이 이론으로 끝나지 아니하고, 교육 현장에서 접목되고 실현될 수 있음을 알게 해준 시초가 된 세진이가 그래서 난 고맙다. 오늘도 개천에서 용나는 세상을 꿈꾸며 제2, 제3의 세진이가 여기저기에서 사례로 소개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