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이 30일 도쿄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 방향으로 첫걸음을 뗐다고 자평했다. 조 장관은 전날 일본 외무상 이와야 다케시와 회담하고, 이날 오전에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예방했다.
그는 주일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적어도 한일관계는 첫 단추를 잘 끼웠다”며 “한미일 협력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했고, 앞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채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친 뒤 미국으로 출국해 31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국제정세가 불안정한 만큼 우방국과 신속히 정세를 공유하고 양자관계를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방일 기간 중 조 장관은 한일관계 외에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주 정상회의, 동북아 정세, 청년 교류, 북한 문제 등에 대해 일본 측과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실존하는 위협임에도 대화를 통해 안정적 관리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으며, 일본이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도 청취했다고 덧붙였다.
기술 협력을 중심으로 한미 협력 의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장관은 “안보 동맹, FTA에 이어 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을 미국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무역 협상에 대해서는 “원만한 타결을 위해 노력 중이며, 8월 1일 데드라인에 맞춰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일 전용 입국심사 제도와 관련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6월 한 달간 김포·김해공항, 하네다·후쿠오카공항 등에서 시범 운영된 전용 입국심사를 지속하자는 데 일본과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보다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많아 제도 연장이 실익이 있다”며 “사전 입국심사까지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일 간 민감한 현안 중 하나인 사도광산 노동자 추도식에 대해서는 “아직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으며, 실무 단계에서 협의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양국 간 견해차로 행사가 반쪽으로 치러졌던 전례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정상급 셔틀외교의 재개 가능성에 대해선 “일본 내 정국이 불안정해 예측은 어렵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 가능하다”고 밝혔다. 신임 주일 한국대사 인사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