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가능성’ 발언을 두고 강경 대응에 나서며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해당 발언이 “절대 건드려선 안 될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규탄했고, 일본은 “정책 변화는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동아시아 안보 지형 변화에 대한 중국의 불안이 이번 충돌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왕 부장은 중앙아시아 순방 후 인터뷰에서 “일본이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국제사회는 일본의 역사적 범죄를 다시 검토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문제에서 군사 개입을 언급한 것을 “충격적이며 금지선을 침범한 발언”이라고 규정하고, 일본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을 “군국주의 부활 조짐”으로 몰아붙였다.
중국은 유엔에도 공식 서한을 제출해 “일본이 대만 무력 개입을 시사해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는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G20 정상회의에서도 양국 간 긴장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중국은 양자 접촉을 거부한 채 두 정상을 행사장에서도 멀리 떨어뜨려 배치했고, 관영매체는 다카이치 총리의 ‘지각’ 논란까지 제기하며 외교적 압박을 이어갔다.
상호 비난은 갈수록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주일대사관은 SNS를 통해 “일본이 새로운 침략을 시도하면 중국은 안보리 승인 없이도 직접 군사행동을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해당 언급이 이미 효력을 상실한 ‘적국 조항’을 끌어온 것이라며 “무책임한 위협”이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외교 마찰을 넘어 동아시아 군사 균형의 변화를 둘러싼 구조적 갈등으로 보고 있다. CNN은 “중국의 극도로 강한 반발은 일본이 방위비를 확대하고 반격 능력 확보 등 안보정책을 전환하는 흐름에 대한 근본적 불안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국립대 연구진 또한 “중국은 초기부터 다카이치를 강하게 제압해 일본의 방위력 증강 추진을 억제하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은 최근 반격 능력 확보, 미사일 전력 강화, 자위대 임무 확대 등 전후 안보 기조의 대전환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이를 ‘군사대국화’로 규정하며 난징대학살 80주년을 강조하는 여론전을 병행하고 있다.
대만 문제는 중국이 국가적 핵심이익으로 규정한 사안으로, 무력 통일 시나리오에서도 일본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은 베이징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번 충돌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의 안보 재편과 중국의 압박 강화가 맞물리면서 동아시아 긴장이 한층 고조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