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인가 국제학교 문제, 단속보다 ‘왜 떠나는가’에 답해야 한다
최근 일본과 한국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교육 현상이 있다. 바로 공교육 체계 밖에서 운영되는 미인가 국제학교와 대안 형태 교육기관의 증가다. 이는 단순히 일부 학부모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이 감당하지 못한 수요와 시대 변화가 만들어낸 구조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최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어 교육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도쿄를 중심으로 영어권 국제학교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그 안에는 한국계 학생들도 상당수 재학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과 소재국 양측의 정식 인가를 받은 국제학교는 10여 개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부 학교는 일본 또는 소재국 한쪽의 인가만 받은 상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더 심각한 경우는 양국 어디에서도 인가를 받지 못한 채 학원이나 공부방 형태로 사실상 학교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물론 국제적 교육 환경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미국의 차터스쿨(Charter School) 제도처럼 기존 공교육 틀을 벗어나 보다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을 시도하는 사례들도 존재한다. 일본 역시 공교육 이외의 다양한 학습 형태를 허용하며 학생 개개인의 선택권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제도의 다양성이 아니라 공교육 시스템이 학생들을 품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약 7% 수준의 학생들이 부등교(不登校), 즉 학교에 가지 않는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와 교육 당국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등교 학생 수는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단순한 개인 문제나 가정 문제로 접근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왜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모든 논의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미인가 교육시설이 생겨나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존 학교 밖 교육을 선택하는 이유를 외면한 채 단속과 규제만 강화한다면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한국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미인가 국제학교 운영 문제와 관련해 특별점검 및 정비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과정, 시설 안전, 급식 위생 등 법적 기준의 적용을 받지 않은 채 사실상 학교 형태로 운영되는 시설들이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학생과 학부모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교육청은 미인가 교육시설에 대해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위법 사항 발견 시 시정 요구와 함께 고발 및 수사 의뢰까지 포함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또한 공교육 복귀를 희망하는 학생들을 위해 일반학교, 대안학교, 대안교육기관 등으로의 복귀 절차를 안내하고 학년 배정 상담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조치는 분명 필요하다. 최소한의 안전과 교육의 질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들의 학습권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공교육의 신뢰는 단속만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학생들이 왜 공교육을 떠나고 있는지, 왜 학부모들이 미인가 시설이라는 위험 요소를 감수하면서까지 다른 길을 찾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획일적인 입시 중심 교육,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교육과정, 학교 부적응 문제, 정서적 돌봄 부족 등 공교육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형태의 ‘학교 밖 교육’은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다.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AI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 글로벌 이동성 확대, 다문화 환경 증가는 기존 학교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교육은 단순히 학생들을 교실 안에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왜 교실 밖으로 나가는지를 성찰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청소년 문제와 교육 문제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존재해 왔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숨기거나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현실 속에서 아이들이 다시 학교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미인가 국제학교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불법 운영 여부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현재의 공교육이 과연 모든 아이들을 품고 있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