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칼럼 58> 방학 예찬!

– 교사는 방학이 있어서 좋겠어요? –

지난 호에서 <여고 선생님들은 남고 선생님들보다 수명이 10년은 연장되겠다!>는 여는 말로 칼럼을 시작했다. 꽤 오랫동안 성심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진학 특강을 하거나 컨설팅을 하게 되면 초롱초롱한 눈빛과 마음이 느껴지는 공감 태도는 교사에게 너무도 힘이 되는 청량제 자체였다. 그런 좋은 여고 학생에 대한 추억이 있던 터에 숭의여고에서 진로교사 제안이 왔다.

필자가 진학부장으로 활동하던 서진협(서울진학지도협의회, 진학에 관심을 가진 선생님들의 연구 단체)과 진로교사로 활동하던 서울진진협(서울진로교사협의회, 진로진학상담 교사들의 협의체) 두 단체에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분들이 숭의여고 교사로 재직하면서 나를 숭의여고로 초청한 것이다. 사실, 정년퇴직한 터라 고대부고는 나의 destination(종착지)이라고 생각했는데, 숭의여고라는 연장선을 두 분이 깔아놓고 나를 납치(?)한 것이다. 여러 제안 중에 내가 거부할 수 없는 표현 중 하나는 <이렇게 좋은 학교를 선생님이 오지 않으면 후회할걸요!>였다. 대부분 교사가 자신이 속한 학교의 아쉬움을 토로하기 십상인데, ‘자기 학교가 얼마나 좋으면 저렇게 자랑할까?’ 하는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렇게 시작한 숭의여고에서 첫 학기 방학을 맞이했다. 방학을 맞이하고 보니 내가 방학을 참 많이도 기다렸구나 하는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부제인 <교사는 방학이 있어서 좋겠어요?>라는 질문은 대부분 교사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다.

이전 학교 재직 시절에 이런 질문을 받으면 늘 <당근 좋죠. 방학이 없으면 교사는 쓰러지니까요.>였다. 교사란 직업이 교사의 의지와는 달리 주어진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할 주어진 과제가 많다.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는 비일비재하다. 민원도 많다. 항의도 많다. 비밀을 지켜주어야 할 학생들의 심신불안과 같은 갖은 질병으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말실수로 고초를 겪기도 한다. 교사의 사랑을 지나친 간섭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화가 나도 화나지 않은 척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어쩌면 성인군자인 척해야 할 때도 있다. 평일의 초과 근무는 기본이고, 토요일에 실시되는 방과후수업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는 등 그렇게 한 학기를 마칠 때면 심신이 지쳐간다. <방학이 없으면 쓰러진다.>가 정답이다.

작년 봄날 언젠가 지하철에서 신임 교사인 듯한 두 분의 대화 속에 학기 초의 전쟁같은 날들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한 분이 “난 벌써 방학이 기다려져!!!”하는 게 아닌가. 듣기만 했을 뿐인데 눈물이 왈칵 나의 눈 앞을 가렸다. 의욕넘치는 초보 교사일텐데 하는 생각에 퇴직한 선배로서 토닥토탁해주고 싶은 심정은 직업병이었을까?

한 학기 동안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재충전의 기회가 방학이지만 방학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일차적으로 방과후수업이 있다. 학생들이 희망하는 한 교사의 숙명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야 한다. 3주의 방학 중 2주일간 방과후수업을 하게 되면 겨우 1주일 만이 휴식의 시간이다. 그 1주일마저도 제대로 쉴 수 있을까? 그러기도 하겠지만, 많은 선생님들이 방학 기간에 각종 업무 관련 연수를 이수해야 한다. 학교나 지역 여건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연간 40시간 이상의 각종 연수를 이수해야 한다. 각종 안전 교육, 장애인인권교육, 학생부 기록 연수, 성차별 예방 교육, 대입 연수 등 다양한 의무 및 선택 연수가 교사들의 꿀 같은 방학을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 원격 연수가 있으면 좋겠지만, 오프라인 연수는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 현장을 찾아가서 연수에 참여해야 한다. 일반인들이 가끔 의심의 눈초리로 교사는 방학이 있어서 좋겠냐고 하는 질문은 교사들에게 현실감 없는 질문이다. 때로는 섭섭함을 넘어 상처가 되는 질문이기도 하다.

필자의 경험으로 방학을 1주일 이상 쉬어본 경우가 거의 없다. 방과후수업과 각종 연수를 하고 나면 겨우 2~3일 정도의 휴식인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면 어디든 달려가 연수에 참여하곤 했다. 그렇게 정년퇴직하니 더 이상 학교에는 출근하지 않을 줄 알았다. Who knows?라는 말이 있듯이 숭의여고라는 연장선으로 출근해야 했고, 막상 출근하고 보니 아이들이 너무 이쁘고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에 힘을 얻는다. 할아버지 같은 선생님일 텐데 <경영샘!> 하며 친금함으로 환호성을 보내기도 하고, 수업에 호응해 주고 하다 보니 어쩌면 내가 overwork 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일까? 그립고 그립던 이번 방학은 쏜살같이 반갑게 찾아왔다. 쉼과 재충전의 기회인 방학이 나는 너무 좋다. 이제 난 방학 예찬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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