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원이 왜 school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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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 또는 향교 등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교육기관은 지금과 같은 보편적인 시스템이 아니었다. 근대화 과정(19세기 말)에서 서양의 school을 일본이 <학교>로 번역했고, 이것이 개화기에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 하지만, 배재학당, 이화학당 등의 신식 학교들도 학교라는 용어가 정착되기 전 단계로서 <학당(學堂)>이라는 과도기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광복 이후 미국식 교육 시스템이 들어오면서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학교(school)라는 체계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학교 시스템은 같은 듯 다른 점이 많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대학교까지는 <학교(學校)>이고, 유치원과 대학원은 원(院)으로 구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기본적으로 school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대학교만 다른 용어를 사용한다. 초중고가 elementary school, middle school, high school이고, 대학교는 college 혹은 university라는 말을 사용하고, 대학원은 성격에 따라 graduate school, law school, business school 등을 사용한다. 이렇게 같은 듯 다른 한국과 미국의 학교 시스템에 대해 알아보자.
한국 유치원의 원(院)은 한자 집 면(宀) 아래 으뜸 원(元) 혹은 언덕 원(完) 등이 결합하여 <담장으로 둘러싸인 독립된 건물>을 뜻한다. 아직은 학교 시스템에 진입하기 전 단계로 보호 및 보육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미국에서는 어린이집을 preschool이라 하고, 유치원을 kindergarten이라고 한다. preschool은 school 이전 단계란 뜻이고, kindergarten(어린이+정원)은 주로 초등학교 안에 설치하지만, 아직은 school 단계로의 진입을 위한 중간 단계라는 뜻이다. 용어는 달라도 한국의 유치원과 미국의 kindergarten이란 말에는 모두 학교(school)라는 말이 없어서 개념적으로 동일하다.
한국의 <학교>라는 말과 영어의 <school>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국의 <학교(學校)>는 <나무(木)로 만든 틀 혹은 교정 기구>로 어원적으로는 이미 존재하는 지식을 규격에 맞도록 다듬어 주기 위해 훈육을 하는 곳이다. 그래서 암기식 지식 전수가 전통적인 학교 교육의 패러다임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school은 스콜라(schola)에서 온 말로 <여가, 휴식, 자유로운 대화>를 의미한다. 그래서 서양의 교육은 노동에서 벗어난 지적 즐거움을 위해 자유로운 토론을 통한 진리의 발견을 추구하는 패러다임으로 스승과 제자가 함께 진리를 추구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적 맥락에서 학교가 아이들을 사회가 요구하는 표준화된 시민으로 교정하고 훈육하는 장소라면, 서양의 school은 먹고 사는 육체노동에서 해방된 자유인이 즐기는 여가를 뜻한다. 여기에서 한국 학제와 서양 학제의 큰 차이점이 발생한다. 한국은 소생하는 봄과 함께 새 학년 새 학기를 시작하기 위해 3월 학기를 도입하였다. 반면, 서양의 학교(school)란 생계의 노동에서 벗어난 자유인들이 모여 진리를 탐구하던 가장 품격 있는 여가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생계의 노동이 끝나는 시점이 추수를 마친 시점으로 가을에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스포츠 시즌도 한국은 축구와 야구의 경우 봄~늦가을로 이어지는 단일 시즌인 데 반해, 유럽의 스포츠 시즌은 학년제와 마찬가지로 가을~봄으로 이어지는 split-year season을 채택하고 있다. 예로 영국의 프로축구는 현재 <2025-2026 English Premier League>이며, 현지에서는 약칭으로 <The 25/26 campaign>이라고도 한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공부와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서양의 문화가 된 것이다. 영국에서 25-26 시즌의 막바지 열기가 뜨거운 3월 현재, 한국은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입학의 달이지만 서양에선 결실을 준비하는 졸업 시즌이다.
초중고의 <school>이 정해진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시스템이라면, <우주>라는 의미가 있는<university>는 스스로 진리를 탐구하는 공동체로서 학생이 아닌 시민(scholar)으로 대접받는 첫 단계다. 대학(university)에서 자유를 맛본 이들이 역설적으로 자신을 담아낼 견고한 틀로써 진학하는 곳이 대학원이다. 그러나 한국식 대학원의 영어식 표현은 특정 분야를 깊게 파는 <전공 학교>라는 기능적 측면의 강조와 함께 스스로 선택한 전문적 수련(도제 시스템)을 위한 학문의 전당이란 의미로 <00 school>이라고 한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의미로 대학원을 graduate school이라 하고, 법학 전문대학원을 law school, 의학 전문 대학원(의전원)을 medical school, 언론학 전문대학원을 journalism school, 건축학 전문대학원을 architecture school이라고 한다.
지난 호와 이번 호에서는 새 학기를 맞이하여 같은 듯 다른 한국과 서양(미국 중심)의 학년과 학교 시스템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용어와 기본에 충실하자는 필자의 의도가 독자들에게도 부합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