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숫자 12에 얽힌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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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계절과 달, 그리고 요일에 관한 이야기를 시리즈 형태로 서양 중심의 어원에 기반하여 살펴보았다. <7일로 구성된 요일>의 <요(曜, 빛날 요)>는 고대 동양 천문학에서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일곱 개의 밝은 별>을 뜻한다. 1주일 중 일요일(日曜日)과 월요일(月曜日)은 가장 밝게 빛나는 해와 달을 의미하며, <화·수·목·금·토> 요일은 밤하늘에서 움직이며 빛을 내는 다섯 행성을 의미한다. 오늘은 그 요일(Days of the Week)을 구성하는 하루의 구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살펴보고자 한다.
왜 1주일은 7일일까? 고대인들에게 <7>은 하늘의 신성한 질서가 지상으로 내려와 완성되는 <신성한 숫자>였다. 기독교 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서양인들이 7일째에 안식을 취하고, 숫자 7을 <럭키 세븐(lucky 7)>이라 부르며, 완전함의 상징으로 여긴다. 그렇다면 1주일의 구성 요소인 하루는 왜 24시간일까?
하루의 구성은 오전 12시간과 오후 12시간의 합인 24시간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낮과 밤을 각각 12등분 하여 하루를 관리했다. 12는 2, 3, 4, 6으로 나누어떨어지는 유연한 숫자로, 우주적 질서를 가장 공평하고 완벽하게 나눌 수 있는 숫자였다. 우리가 매일 쓰는 영어 표현으로 오전을 뜻하는 AM(Ante Meridian)과 오후를 뜻하는 PM(Post Meridian) 역시 <낮의 중심(Meridian)>을 기준으로 앞뒤 각각 12시간씩 나눈 로마인들의 시간관이다.
흥미롭게도 동양의 시간 체계 역시 숫자 12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자(子)부터 해(亥)까지 이어지는 12지신(十二支神)은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에 동물의 생명력을 불어넣은 지혜의 산물이다. 특히 일곱 번째 동물인 말(午)의 시간인 <오시(11시~13시)>는 하루의 가장 뜨거운 정점이다. 우리가 낮 12시를 <정오(正午)>라고 부르는 것은 <오시의 한가운데>라는 뜻이며, 이를 기준으로 오전(午前)과 오후(午後)를 나눈다.

본질적으로 서양의 Meridian(낮의 중심)과 동양의 오(午, 말의 시간)가 모두 태양이 가장 높이 뜬 남중 시간을 의미한다. 맥락상 Meridian은 낮의 중심이자, 정오이며, 남중과 같은 말이 된다. 서양의 Meridian과 동양의 정오 기준점은 결국 숫자 12로 동일하다. 기가 막힌 우연의 일치 같지만, 72호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이는 메소포타미아(바빌로니아)의 천문학이 동서양으로 각각 전파(BC 4세기~AD 2세기 사이로 추정) 되어 동서양이 이를 차용했기 때문이다.
1년 12달, 그리스 신화의 12신, 예수의 12사도, 이스라엘의 12지파에 이르기까지 서양 문명에서 12라는 숫자는 유독 특별하다. <우주적 완성>을 상징하는 숫자 12가 서양 문명에서 갖는 특별함은 성경 속 이스라엘 12지파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이스라엘의 12지파는 야곱의 자손이다. 사실 야곱의 자녀는 12명의 아들과 외딸 디나(Dinah)를 합쳐 총 13명이었으나, 12지파의 명단에 여성인 디나의 자리는 없었다. 또한, 12명의 아들이 모두 지파의 주인공이 된 것도 아니다. 레위 지파가 제사장 직분을 맡음에 따라 땅의 분배를 위한 12지파에서 제외되고, 그 빈자리를 요셉의 두 아들이 채워 <12>라는 숫자를 사수했다. 이러한 편법 대신 레위가 빠진 자리에 딸인 디나가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이와 같은 여성 소외가 만약 오늘날 재현된다면, 아마도 상상 이상의 거센 저항과 시대적 비판에 직면하지 않았을까?
우주의 질서와 안정을 상징하는 완전수인 12를 넘어 13이 되면, 숫자 13은 완벽한 균형을 깨뜨리는 불청객의 숫자로 인식된다. 그래서 <13일의 금요일>은 불행의 상징이다. 최후의 만찬에서 13번째 자리에 앉았던 가룟 유다가 예수를 배반하였기 때문이다. 서양인들이 이 불완전한 숫자 13에 느끼는 공포증은 현대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가 될 만큼 깊게 뿌리 박혀 있다.
동양에서는 12지(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에 동물을 배정하여 신격화한 존재들이 12지신(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이며, 오늘날 우리가 범띠, 돼지띠 등 00띠로 사용하고 있다. 10간(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과 12지를 합한 개념이 60갑자다. 10간과 12지를 결합한 <갑자, 을축, 병인….>이 <갑자>로 다시 시작하는 데 정확히 60년이 걸린다. 이러한 순환에 따라 60회째 생일을 회갑 또는 환갑이라고 한다. 그래서 전통적인 한국 나이로 61세가 회갑이고, 60세는 육순이며, 70세는 칠순이다. 만 나이로만 따지면 59세에 육순, 69세에 칠순이 된다. 어색하지 않을까?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60년은 결코 어색한 반복이 아닌 찬란한 회귀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