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 71] jky의 영어이야기

– 봄(spring)에 관한 단상 –

지난 칼럼에서 2회에 걸쳐 달력과 계절에 관한 이야기를 알아보았다. 1월~12월까지의 달(month)은 로마의 신이나 황제의 이름에서 유래하여 고유명사처럼 대문자로 시작하는데, 4계절은 주로 자연 현상에서 유래하여 소문자로 시작한다. 무심코 사용하는 일상의 언어들이 알고 보면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오늘은 4계절 중 필자가 좋아하는 봄(spring)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3월(march)에 시작하여 계절의 여왕 5월(may)까지 이어지는 시기는 우리 안의 spring을 깨우는 시간 즉 봄(spring)이 동사가 되는 계절이다. 지난 칼럼에서 다룬 열두 달의 이야기 중 3월(March)은 행진 나팔을 부는 군대의 발걸음과 같다고 했다. 흥미롭게도 영어의 spring은 봄(spring)이라는 명사에 갇혀 있지 않고, 대지가 역동적으로 스프링(spring)처럼 튀어 오르는 동사의 시간이다. 동장군과 동토로 인해 움츠러든 마음을 활짝 펴고, 산으로 들로 마음껏 나다닐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게다가 필자는 맨발로 흙길 걷기를 좋아하는데, 겨우 내내 어릴 적 동상의 트라우마로 인해 흙길을 바라만 볼 뿐 친할 수 없는 처지였으니, 봄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계절이다.

내가 진정 봄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봄은 소생의 계절이다. 연초록 새잎과 새순 돋는 초목을 보노라면 마치 새 생명의 잉태를 보는 듯한 경이로움까지 느껴진다. 단풍이 절정을 이룬들 결국 낙엽이 지기 전의 마지막 몸부림으로 느껴져 생활의 저편으로 저무는 모습이 안쓰럽다. 그러나 연초록 산천초목은 단순한 색채가 아니라 소생(resuscitation)의 신호탄이다. 고상한 듯 보였던 나뭇가지 끝에 맺히는 작은 잎눈은 온 우주가 힘을 합쳐 하나의 생명을 밀어 올리는 경이로움이며, 희망이다.

이 시기에 만발하는 꽃들은 종족 번식을 위한 찬란한 유혹이다. 봄꽃은 가을의 결실을 약속하는 씨앗과 같아서, 뿌린 대로 거두는(As you sow, so you reap) 자연의 섭리를 미리 보여준다. 그래서 봄꽃으로 대변되는 봄날을 새 생명의 잉태에 비유할 수 있는 것이다. 따듯한 날씨가 주는 포근함에 더해 봄에 설레는 이유는 우리 내면에 잠들어 있던 창조적 본능이 자연의 소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어원적으로 spring은 <급격히 솟구치다>라는 고대 게르만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3월부터 5월에 이르는 석 달의 봄날은 말 그대로 springing 즉 용수철(spring)처럼 튀어 오르는 계절이다. 억눌렸던 에너지가 탄성을 얻어 튀어 오르는 용수철(spring)처럼, 학생들 또한 스프링처럼 튀어 오를 수 있는 동기부여의 계절이다. 필자는 학년 초에 학생들에게 <1등이라고 교만하지 말고, 꼴찌라고 낙심하지 말자!>라는 말을 하는데, 어떤 이유든 공부에 주눅이 든 학생들에게도 봄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의지를 회복할 수 있는 소생의 계절이다.

spring의 또 다른 뜻은 <샘물>이다. 서양의 고전 문학에서 이 (스프링처럼) 솟아나는 샘(spring)은 단순한 식수원의 의미를 넘어 지혜와 영감의 원천으로 묘사됐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히포크레네(Hippocrene) 샘이다. 뮤즈(Muses) 여신들이 거처하던 헬리콘산에 자리 잡은 이 샘은, 천마 페가수스가 발굽으로 땅을 치자 그 자리에서 영감의 물줄기가 솟구쳐 올랐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고대 시인들은 이 샘물을 마심으로써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성한 시적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북유럽 신화에서 오딘(Odin) 신이 지혜를 얻기 위해 자신의 한쪽 눈까지 바치며 마셨던 미미르(Mimir)의 샘 역시 지식의 근원으로서의 샘(spring)을 상징한다.

이처럼 다의어(polysemy)인 spring은 <봄, 용수철, 샘, 튀어 오르다> 등 다양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다양한 표현들도 결국은 움츠러든 내면(bottom)에서 출발하여 밖으로 튀어 오르는(up)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의미하는 bottom-up의 상향식 미학이다. 겨울이라는 동토(凍土)를 뚫고 올라오는 새순처럼, 우리 안의 가능성도 그렇게 튀어 오를 준비를 하는 것이다. 봄(spring)을 맞이하여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들이 샘물(spring)이 솟아오르듯 스프링(spring)처럼 튀어 오르는 인생의 봄(spring)을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림 1 양재천의 봄
그림 2 영롱한 샘물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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