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All roads lead to R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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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날마다 수많은 <길>을 걷고, 달리며, 또 꿈을 꾼다. 인류 문명 또한 <길> 위에서 태어나고 번성했다. 씨저는 생전 종신 독재관으로서 로마의 기틀을 닦았고, 독재관으로서 그가 주력했던 사업 중 하나가 로마 전역을 잇는 도로망 건설이었다. 흔히 말하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All roads lead to Rome).>라는 격언은 단순한 수사가 아닌, 당시 로마의 압도적인 토목 기술과 통치력을 상징하는 실체였다. 이 거대한 도로망 위에서 군사, 물자, 그리고 언어와 문화가 소통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All roads lead to Rome.)는 말은 라틴어 <Omnes viae Romam ducunt.>에서 유래한 말이다. 여기서 <길, 통로>를 뜻하는 <viae>는 단순히 로마에 도달하기 위한 물리적인 수단을 넘어, 제국의 숨통과도 같은 존재였다. 즉 <길, 통로>를 뜻하는 <viae>를 통하지 않고는 로마에 이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물리적인 <길>을 의미하는 <viae>에서 유래한 <via>는 <~를 경유하여(by the way of~)>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By the way of~>에서 사용된 <way>는 <via>와 마찬가지로 인도유럽어인 wegh(운반하다, 이동하다)>에서 온 말로 게르만어(wegaz)와 고대 영어(weg>를 거쳐 오늘날의 <way>가 되었다. 여러 가지 <길>이란 단어 중 가장 일상적이고 포괄적인 의미로써 <길, 방향, 방법> 등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곧 길이요(I am the way)~>라고 선언하신 말씀 중의 길(way) 역시 당시 로마인들에게 <로마 황제의 권위가 미치는 통로이자, 세상 어디든 연결되는 생명선>과 같은 그 길(way)과 같은 말이다. I’m on my way home(집에 가는 길입니다.)에서의 way 또한 일상에서 사용하는 <길>이란 의미의 좋은 예이다. <That industry is on its way out(그 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에서의 <way>는 추상적인 길을 의미하며, <That’s the way girls are(소녀란 다 그래).>에서의 <way>는 삶의 방식이다.
<via와 way>가 도로 또는 길의 뿌리였다면, street와 avenue, 그리고 boulevard는 <인위적인 건설>로 이루어진 도로를 의미한다. <street>는 로마의 토목 기술을 대표하는 말로 <층층이 쌓아 포장한 길>을 의미하는 라틴어 <strata>에서 온 말이다. 서양의 도로명에 11th는 11th Street 즉 11번가를 뜻한다. avenue는 프랑스어 <avenir>에서 온 말로,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한 화려한 진입로>를 의미한다. 그래서 한국 신도시의 화려한 상가의 거리에서 <avenue>를 종종 만나게 된다. 네덜란드어<bolwerc>에서 유래한 boulevard는 <성벽을 허물고 그 자리에 만든 넓은 도로>를 의미한다.
<인위적인 건설>의 의미와 달리 <흔적과 개척>의 의미를 가진 길도 있다. <path>는 사람이 반복적으로 밟아서 자연스럽게 생긴 오솔길과 같은 흔적의 길을 말하며, <trail>은 무엇인가 끌고 간 흔적을 뒤에 남겼을 때 <흔적이 남은 길>의 의미다. <route>는 거친 땅을 헤치고(break) 만들어 낸 경로를 뜻하며, 오늘날에는 정해진 <노선이나 항로>와 같은 의미다. <lane>은 고대 영어 lane(좁은 통로)에서 유래한 말로 원래는 울타리나 건물 사이의 좁은 길을 뜻했다. 양옆에 수풀이나 담장이 있어 경로가 딱 정해진 좁은 길을 의미하는 <lane>은 의미가 확정되어 볼링과 수영장, 그리고 육상 트랙에서도 코스를 구별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가 정해진 구역 안에서만 달려야 한다는 의미로 차선도 <lane>으로 구별하고 있다. 그래서 버스 전용차선을 <bus lane>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존 덴버(John Denver)의 명곡 <Take Me Home, Country Roads>에 나오는 <road>를 살펴보자. 이 노래는 <road>라는 단어가 가진 정서를 가장 잘 담고 있는 노래다. <road>는 단순히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뜻하는 <street>와는 결이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 <말을 타고 가는 여정(ride)>에서 유래한 <road>는 A와 B라는 공간을 이어주는 길을 의미한다. Country road(시골길), main road(대로, 큰 도로), the road to success(성공에 이르는 길 즉 성공 전 단계에서 성공이라는 추상적 공간으로 안내자가 되어 이어줌) 등이 좋은 예다.
존 덴버의 명곡 <Country roads, take me home>이 만일 <Country streets, take me home>이었다면 어땠을까? 고정된 건축물이 집중된 street의 의미로 인해 <road>가 품고 있는 한적한 여유와 목적지를 향한 역동성과 서정성은 증발해 버렸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단어 하나가 품은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음미하며,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언어가 주는 풍성한 어휘적 풍미와 매력에 빠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