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학생을 왜 freshman이라고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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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칼럼에서 졸업과 관련된 용어를 정리한 바 있다. 졸업(卒業)의 한국적 의미는 학교의 교육과정을 마치는 날에 방점이 있어서 <졸업식은 소정의 교육과정을 마침을 기념하는 날!>의 의미가 강하다. 반면, 영미권에서는 학생이 이루어 낸 성취에 방점을 두기에 졸업식을 <교육과정을 마친다>라는 의미의 <graduation ceremony>라고 하지 않고, <교육과정을 통해 이루어 낸 성취(achievement)를 바탕으로 새롭게 출발/도약하는 날>의 의미로 <commencement ceremony>라고 한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남고에서만 근무하다가 처음으로 지켜본 여고 입학식에서의 신입생은 신입생이 왜 freshman인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설렘과 순수 그리고 상큼한(fresh) 풋풋함 그 자체였다. 그런데 freshman의 man은 남성을 의미하는데 왜 여학생에게 freshman이라고 할까? 그래서 이번에는 여고와 여대의 신입생을 왜 freshgirl이라 하지 않고 freshman이라고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영미권에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1학년~4학년을 각각 <freshman, sophomore, junior, senior>라고 한다. 앞서 제기한 freshman의 man은 <남자를 의미할까?>에 대한 답을 위해 성경을 찾아보았다. 언어는 그 문화를 반영하고, 서양 문화는 성경에 기인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시는 장면을 <1 이것은 아담의 계보를 적은 책이니라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실 때에 하나님의 모양대로 지으시되 2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고 그들이 창조되던 날에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고 그들의 이름을 사람이라 일컬으셨더라(창세기 5장 1~2절)>라고 묘사하고 있다.
구약의 본문인 히브리어로 <사람>이라는 표현을 NIV 버전 영어 성경에서는 mankind로, ESV 버전 영어 성경에서는 man으로 번역하고 있다. NIV의 mankind가 집단적 존재로서의 인류에게 초점이 있다면, ESV의 man은 개별적 존재로서의 사람을 의미한다. 각 버전의 문화적 차이 혹은 간극이 반영되었을 테지만, mankind와 man 모두 <사람>의 뜻으로 <man>이라는 표현은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다. 즉 고전적 의미의 man은 남녀를 구분하는 남자가 아닌 <사람> 자체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래서 freshman의 man은 결코 남성이 아닌 <사람>의 의미일 뿐이기에 freshman은 남녀를 불문하고 <신입생>의 의미를 갖는 것이다.
미국 고등학교의 9학년을 freshman이라 부르는 건, 그들이 단순히 <신입생>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때로는 세상 물정 모르고 당돌하게(fresh) 기어오르기도 하지만, 조직에 새로운 활력(fresh blood, 젊은 피)을 불어넣는 존재라는 중의적인 의미도 있다. 언어의 어원 혹은 배경지식을 알 때의 묘미가 바로 이러한 것이리라.
한국의 중2병의 서양식 버전은 고교 및 대학교의 2학년인 <sophomore>다. 한국에 <북한군도 중2가 무서워서 못 내려온다>라는 농담이 있다면, 미국 교육 현장에는 <sophomore(10학년)는 신도 못 말린다>라는 말이 있다. sophomore는 현명함(sophos)과 바보(moros)의 결합어로 <똑똑한 바보>라는 뜻이다. 이제 막 기초 지식을 습득해서 현명함(sophos)의 맛을 봤지만, 그 지식이 너무 얕아서 도리어 바보 같은(moros) 판단을 내리거나 아는 척을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난 이제 신입생(freshman)도 아니고, 웬만한 건 다 알아. 내가 제일 똑똑해!>라는 선무당의 시기가 곧 sophomore의 시기다.
고교 및 대학 3학년을 의미하는 junior는 라틴어 <Iunior>에서 왔으며, <젊은(young)>을 뜻하는 <Iuvenis의 비교급>이다. 즉 senior에 비해 <더 젊은 사람>이라는 뜻이다. 신입생(freshman/Sophomore)의 시기를 지나 이제 막 자기 분야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성장기로서 <경험이 쌓이기 시작한 젊은이>의 의미가 된다.
고교 및 대학 4학년생을 의미하는 senior는 라틴어 senex(노인, 어른)의 비교급으로 <더 나이 든 사람> 즉 우리말의 <선배>에 해당하는 말이다. 단순히 나이가 많음이 아닌 <노련함(expertise)>과 <권위>를 상징하는 말이라고 보면 된다.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지혜로운 어른들의 집단을 의미하는 senator(상원) 또한 같은 어원에서 유래하고 있다. 후배들이 볼 때 <senior>란 <모든 과정을 통과해 지혜를 갖춘 노련한(older) 선배>인 것이다. 선배란 선배다워야 선배인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