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일본 국회 양원제는 패전 직후와 1990년대 금융·정치 개혁기라는 두 차례의 중대 위기를 무난히 관리하며 70여 년간 민주주의 운영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은 예산·법안 처리에 있어 신속성을 보장하며 고도성장기 산업 정책 추진과 2011년 동일본대지진 복구 예산 편성 등 “속도가 생명”인 국정 현안에서 강점을 발휘했다. 반면 참의원은 6년 임기에 절반씩 3년마다 교체되는 구조로 정권 교체가 잦았던 1990~2000년대에도 정책 연속성과 행정 경험 축적을 가능케 해 위기 국면에서의 안정판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참의원 비례·지역구 혼합 선거제는 지방 의제와 소규모 정당 목소리를 국정 아젠다로 끌어올리는 통로가 되어 왔다. 여야 협의를 거친 정책 심의와 장기 의제에 대한 숙의는 졸속 입법을 견제하는 마지막 방파제로 기능하며 ‘숙의 민주주의’를 보완해 왔다.
그러나 중·참 양원 간 정당 구도 엇갈림 시 ‘네지레 국회’로 불리는 입법 교착이 자주 발생했다. 2007~2012년에는 참의원 다수 확보 실패로 수상 교체가 잇따르고 예산·법안 처리 지연이 장기화되며 정치 공백이 발생했다. 또한 인구 편차를 1 대 2 이내로 유지하라는 사법부 판례에도 불구하고 중의원 소선거구 과대표 현상과 참의원의 농촌·도시 간 의석 불균형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정당 중심 회파 체제가 강화되며 의원 개인의 독립 입법 발의와 심층 토론 문화는 약화됐고, 여당이 중의원 재적의원 2/3 이상을 차지할 경우 참의원의 반대를 무력화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제도적 균형 장치로서 양원제는 ‘속도’와 ‘안정’, ‘다수결’과 ‘숙의’라는 상반된 가치를 하나의 틀 안에 조합하며 비교적 평화롭고 연속적인 거버넌스를 유지해 온 핵심 축으로 평가받는다. 냉혹한 경쟁 우위만을 좇던 단원제에 비해, 다소 느슨해 보여도 긴 호흡의 정책 기억과 제도적 안전판은 여전히 정책 결정의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