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학교 출신 학생들의 의대 진학 비율이 고3 현역보다 1.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영재학교 운영 취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최근 공개된 ‘영재종단 2017’ 연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영재학교 졸업생 중 의대에 입학한 사례가 N수를 통해 입학한 현역보다 최소 1.6배 이상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영재학교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공계 인재를 양성할 목적으로 특례 전형으로 운영되며, 전기 과고·후기 자사고·외고·국제고와 별개로 지원이 허용되는 고교 유형이다. 그러나 이공계 진학 대신 의대 진학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현실에 교육계 안팎에서는 “영재학교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정시 모집 비율 40% 확대가 영재학교 학생들의 의대 진학 러시를 촉발한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영재학교에서는 수시 전형으로 의대 진학이 사실상 어려운 구조이나, 정시 문호가 확대되면서 사교육에 익숙한 영재학교 출신이 수능을 통해 의대로 진입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설명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영재학교 설립 취지는 기초과학 인재 양성이지만, 정시 확대 정책으로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학생들이 의대 진학에 뛰어들면서 영재학교가 사실상 ‘의대 사관학교’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정치적 요인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지역별 8개교 체제로 운영되는 영재학교는 교육적 필요보다는 선거 표심을 겨냥한 ‘나눠먹기’식 설립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다른 전문가는 “국내 영재학교를 1~2개 학교로 운영해도 충분하다”며 “과고가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서 8개 영재학교를 유지하는 것은 교육 정책의 과잉 투자”라고 지적했다.
매년 늘어나는 의대 이탈 규모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정시 40% 의무화 조치는 유지하면서 고교학점제 등 정시 확대 방향과 상충하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어 교육 현장의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영재학교 운영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경쟁률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교육부는 4년 예고제까지 무시한 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공계 인재 육성과 국가 미래 경쟁력을 위해 설립된 영재학교 제도의 정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