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 27> 노동절 vs. 근로자의날

노동절 vs. 근로자의날

<언어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매년 5월 1일 근로자의날에 맞이하는 <근로자의날>이라는 어감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사용하는 <노동절>을 왜 유독 한국에서만 <근로자의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일까?

근로자의날은 1963년 박정희 정부 때 노동절을 근로자의날로 변경하여 사용하게 된 용어다. 우리나라의 노동절 유래는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3년부터 노동단체에 의해 메이데이 기념식이 시작되었고, 1946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조건을 존중하고 경축하기 위해 5월 1일을 노동절로 제정하여 국가가 인정하는 기념일이 되었다. 그러나 1958년 한국노총에서는 한노총의 창립일인 3월 10일로 노동절을 옮겨 기념하기 시작하였고, 1964년도에 근로자의날로 바뀌고도 기념일이 그대로 유지되다가 1994년에 이르러 메이데이에 맞추어 5월 1일로 환원되었다.

메이데이는 영어로 Mayday(메이데이)라고 한다. 메이데이(노동절)가 5월 1일이라고 해서 메이데이의 메이(May)가 5월을 의미하는 May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Mayday는 프랑스어 <venez m’aider, 브네 메데>에서 나온 말이다. <venez m’aider, 브네 메데>는 <날 도우러 오시오! 혹은 와서 날 도와줘!>라는 뜻이다. <may>는 <venez m’aider>의 뒷부분인 <m’aider>가 몬더그린화된 발음이다. 몬더그린이란 의미를 알 수 없는 외국어의 발음이 듣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국어처럼 들리는 언어적 착각이다. 영어와 발음이 다른 프랑스어 <m’aider>를 영어식 발음인 <Mayday>로 착각하고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말에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듣고 싶은 대로 듣는 현상>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어원적으로 정리하자면 메이데이는 항공이나 해상에서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쓰는 국제적인 구난 요청 신호다.

그렇다면 Mayday라는 단어는 왜 노동절이 되었을까? 간단히 말하면 1886년에 발생한 미국 노동자들의 파업에서 유래한다. 1주일 기준으로 7일 내내 10시간이 넘는 노동을 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의 노동을 요구하는 파업이었다. 즉, 하루 10시간이 넘는 <열악한 노동환경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줘>라는 <m’aider>가 몬더그린화 되어 Mayday가 된 것이고, 1889년도에 1일 8시간 노동을 쟁취하고자 한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전 세계에 확산시켜 기념하기 위해 5월 1일을 세계 노동절로 결정하게 된 것이다.

노동절이 아닌 근로자의날의 내가 느끼는 불편함은 언어학을 전공한 사람이기에 느끼는 일종의 직업병이라 해도 좋다.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하는 표준 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노동(勞動)>은 몸을 움직여 일을 함이라고 정의하고 있고, <근로(勤勞)>는 부지런히 일함이라고 정의한다. 노동이 노동자의 권리나 주체성을 강조한다면, 근로는 국가나 회사를 위해 <노동을 부지런히> 해야 함을 강조하는 단어다. <근로>라는 단어가 노동자들에게는 부담스럽지만, 사용자에게는 아름다운 단어다. 노동자 단체에서 근로자의날을 노동절로 환원하길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근로라는 단어는 역사적 아픔까지 있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을 강제 동원하여 전쟁 물자를 만들거나 공사를 할 때 <근로보국(勤勞報國)>이란 말로 부지런히 일해서 일본에 보답하도록 충성과 희생을 강요한 역사가 있다. 쓰린 아픔이다. 근로라는 단어가 불편한 이유이기도 하다.

노동은 신성하다거나, 노동은 인간에게 큰 축복 중 하나라는 말이 있듯이 노동이라는 단어에 정치색이 붙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리가 노동절 대신 근로자의날을 고수해야 한다면, 이와 관련된 질문이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듯이 대한민국의 모든 근로자는 근로소득세를 납부한다. 그러면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는 사람들은 모두 근로자이고, 이 모든 근로자는 근로자의날에 휴무를 보장받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자와 근로자님들께 메이데이를 맞이하여 무한 감사와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자료 참조: 경기도공익활동지원센터(https://www.gggongik.or.kr/)

▲ 1886년 노동자와 경찰의 유혈 충돌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시카고 헤이마켓광장 사건 ⓒ 셔터스톡 /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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