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법원이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명태균 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오 시장이 사업가 김한정 씨에게 여론조사 비용을 대신 내달라고 요청했다는 점도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미국법을 대입해 사건을 단정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번 사건은 서울시장 선거와 한국 정치자금법을 둘러싼 재판이다. 미국 연방선거운동법(FECA)은 연방 선거를 규율하므로, 미국의 법리가 한국 지방선거 사건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입증 책임과 제3자 지출, 증거 배제, 배심원 재판을 비교하면 두 사법제도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다.미국에서도 형사사건의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다. 검찰은 피고인의 유죄를 합리적 의심을 넘어 증명해야 한다. 연방 선거자금법 위반이 모두 같은 고의 요건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법률이 정한 일부 중대한 위반을 형사처벌하거나 사건을 연방 검찰에 넘기려면 ‘알면서도 고의로’ 위반했다는 점이 쟁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후보자가 몰랐다”는 당사자들의 대화가 확인된다면 피고인 측에 유리한 자료로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녹취 하나만으로 기소가 불가능하거나 무죄가 보장된다고 볼 수는 없다.제3자의 독자적 선거 지출도 단순히 후보자와 무관하게 돈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합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후보자와 조율하지 않은 정치적 의사표현 지출을 폭넓게 허용하지만, 후보자와의 조율 여부와 지출의 성격을 따져야 한다. FEC 규정은 지출 주체와 내용, 후보자 측과의 상호작용 등을 살펴 조율된 지출인지 판단한다. 여론조사 비용을 제3자가 부담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독립적 지출로 분류할 수는 없다.위법 수집 증거를 배제하는 원칙 역시 자동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미국 법원은 수정헌법 제4조 위반으로 확보한 증거의 사용을 제한할 수 있지만, 수색영장의 범위와 피고인의 권리 침해 여부, 수사기관의 선의 등 구체적인 사정을 따진다. 다른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가 별도 사건에 쓰였다는 사정만으로 증거가 모두 배제되거나 재판이 곧바로 기각되는 것은 아니다.연방 형사재판에서 배심원은 유무죄 판단에 참여한다. 통상 배심원은 12명이며, 유죄 평결에는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배심원 재판을 받을 권리가 모든 사건에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며, 사건의 성격과 피고인의 선택에 따라 판사가 심리하는 재판도 가능하다. 한국 사건을 미국에서 다뤘다면 배심원들이 녹취와 증인의 신빙성을 평가했을 것이라는 가정은 할 수 있지만, 그 결과를 미리 단정할 수는 없다.이번 항소심 무죄 판결은 미국식 배심원 평결이나 위법수집증거 배제에 따른 결론이 아니다. 재판부는 한국의 형사소송 절차에 따라 증거를 검토한 뒤, 대납 요청을 뒷받침하는 명 씨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고 이를 보강할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미국법 관점에서도 주목할 대목은 특정 제도와의 단순 비교보다, 핵심 행위와 피고인의 관여가 증거로 충분히 입증됐는지 여부다.따라서 “미국이라면 무조건 기소되지 않았을 것” 또는 “증거가 배제돼 재판이 기각됐을 것”이라는 식의 결론은 신중해야 한다. 다만 이번 판결이 보여준 입증의 쟁점, 즉 후보자의 대납 요청과 관여를 뒷받침할 증거가 충분했는지는 미국 형사재판에서도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질문이 될 수 있다.
오세훈 2심 무죄, 미국법으로 다시 본 정치자금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