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입시 전산화 시대에 뒤처진 학교행정…학생부 관리·대입자료 제출 부담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 우려
일본 도쿄의 대표적인 재외한국학교인 동경한국학교가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교의 교육행정 운영과 학생들의 대학입시 지원체계를 둘러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대학입시가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전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재외한국학교가 차세대 나이스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의 진학 기회와 교육받을 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특히 한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에게 학교생활기록부는 입시 경쟁력을 판단하는 핵심 자료다. 교과 성적뿐 아니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출결, 창의적 체험활동, 행동특성 등 고교 3년간의 교육활동이 종합적으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학교가 차세대 나이스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학생부 작성과 발급, 대학 제출 과정에서 별도의 행정 절차가 필요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고등학교들이 전산시스템을 통해 학생부를 관리하고 대학입학전형 자료를 제출하는 동안, 동경한국학교 학생들은 학교의 행정 처리 방식과 대학별 서류 제출 기준을 별도로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물론 차세대 나이스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한국 대학 지원이 불가능하거나 모든 학생에게 입시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학입시에서 서류의 정확성과 제출 기한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만큼 학교가 이러한 행정적 위험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교육행정의 책임 소재다.
동경한국학교는 한국 정부의 지원과 감독을 받는 재외한국학교다.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국내 교육행정의 변화에 뒤처져도 된다는 논리는 성립하기 어렵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재외한국학교를 위한 나이스 교무업무 사용자 설명서를 제공하고 있으며, 재외한국학교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및 관리에 관한 별도 지침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동경한국학교가 차세대 나이스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그 이유부터 명확히 밝혀야 한다.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것인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것인지, 학교 운영진의 정책적 판단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학생과 학부모가 감당해야 할 불편을 학교의 특수성이라는 이유로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학교의 존재 이유는 학생의 교육과 진로를 지원하는 데 있다. 행정시스템은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기본적인 수단이다. 학교가 필요한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가 추가 서류를 준비하고 대학별 제출 절차를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면 이는 교육서비스의 책임을 사실상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된다.
대학입시는 단 한 번의 서류 누락이나 제출 지연으로도 지원 기회를 잃을 수 있는 엄격한 절차다. 따라서 실제 피해가 발생한 뒤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이미 늦다.
동경한국학교 운영진은 차세대 나이스 미사용에 따른 대입전형자료 제출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이 충분한지 학생과 학부모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교육부와 주일한국대사관의 역할도 따져봐야 한다.
재외한국학교에 대한 교육행정 지원은 단순히 예산을 배정하고 학교 운영을 감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국내 교육제도 변화에 맞춰 해외 한국학교 학생들도 안정적인 교육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한국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국내 고교생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행정적 지원이 제공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차세대 나이스 도입과 활용에 장애가 있다면 교육부가 원인을 파악하고 기술적·재정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 역시 구체적인 도입 계획과 일정, 그동안의 대체 운영 방식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동경한국학교가 명문학교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대학 합격 실적이나 교육과정 운영뿐 아니라 학생들의 진학을 뒷받침하는 교육행정에서도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의 행정적 한계를 대신 감당해야 하는 구조는 결코 정상적인 교육환경이라고 보기 어렵다.
차세대 나이스를 사용하지 않는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학교 운영진은 학생들에게 실제로 어떤 불편과 위험이 발생하고 있는지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교육부 역시 재외한국학교라는 이유로 이 문제를 학교 내부의 행정적 선택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학교의 행정 편의보다 학생의 진학 기회가 우선이다. 차세대 나이스 미사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 없이 학생과 학부모의 이해만 요구한다면 동경한국학교 운영진과 교육당국은 교육행정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제 필요한 것은 원론적인 해명이 아니라 도입 여부에 대한 명확한 결정과 실행 일정이다. 학생들의 대학입시가 학교의 뒤처진 행정 때문에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