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은 전쟁배우고, 한미는 분산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실전 경험과 무기 운용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한미연합군의 훈련 방식도 바뀌고 있다. 대형 지휘소에 병력과 장비를 집중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지휘 기능과 전력을 여러 지역에 분산하고 신속하게 이동시키는 ‘분산형 작전’이 새로운 대응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AUSA) 행사에서 한국에서 매년 실시하는 두 차례 대규모 연합연습이 주로 대형 지휘소에 집중돼 있다며 “이런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정 지휘소나 병력이 적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는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한미가 주목하는 것은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확보하는 ‘실전 데이터’다. 북한은 실제 전장에서 자국 무기체계를 운용하며 성능과 취약점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무기 연구·개발과 시험·평가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반면 미군은 오랫동안 압도적인 전력 우위를 유지하면서 위장·은폐·기동 등 기본적인 전장 생존 기술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론과 정찰자산이 발달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한곳에 집중하는 방식이 오히려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는 제주에서 경기도까지 여러 지역에서 병력과 지휘 기능을 분산해 훈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례 대규모 연습 사이에 별도의 기동·분산훈련을 추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방공부대 역시 위협 경보가 발령되면 장비를 대체 진지로 신속히 이동시키는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장비를 옮기면서도 탄도미사일 방어 범위를 유지하고, 적이 실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도록 기만전술도 병행한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북한의 드론·미사일 결합 전술에 대한 우려가 있다. 값싼 드론을 대량 투입해 방공망을 소진시킨 뒤 미사일로 공격하는 이른바 ‘벌떼식 공격’은 고가의 요격체계에 의존하는 기존 방공망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결국 한미의 대응 방향도 ‘더 많은 전력’에서 ‘더 분산되고 더 빠르게 움직이는 전력’으로 바뀌고 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축적한 실전 경험이 한반도의 훈련 방식과 병력 운용 체계까지 바꾸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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