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응원단과 조선 응원단 한자리에
- 어느 쪽이 골을 넣어도 박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한국과 북한의 맞대결이 열린 2026년 9월 21일 오후, 일본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는 남과 북을 응원하는 재일동포들이 함께 모였다. 한국 선수를 응원하는 사람, 북한 선수를 응원하는 사람, 그리고 어느 한쪽을 가리지 않고 남북 선수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장을 직접 찾은 재일동포들의 마음은 다양했다. 북한을 응원하기 위해 붉은색 응원복을 입고 큰북까지 준비한 동포들이 있는가 하면, 도쿄 등에서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동포들도 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남과 북을 구분하지 않고 경기를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한국 국적의 아내와 조선 국적의 남편이 함께 경기장을 찾은 한 부부는 어느 팀을 응원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통일을 사랑한다’고 답했다. 남한이 골을 넣어도 박수로 격려하겠다는 이들의 말에는 경기의 승패를 넘어선 마음이 담겨 있었다. 한국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한 동포 역시 ‘승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선수들이 열심히 뛰고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 응원단의 열기도 뜨거웠다. 일본 조선대학교 학생 400~500여 명은 경기 내내 힘찬 응원을 이어가며 북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경기장 곳곳에서는 ‘필승, 조선’을 외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90분의 경기가 끝나고 전광판에 1대 1이라는 결과가 표시되자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아쉬움보다는 웃음이 많았다. 북한을 응원했던 동포들과 한국을 응원했던 사람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서로 웃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쪽의 승리와 다른 한쪽의 패배가 아니라, 남북 선수들이 함께 뛰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축구에서는 무승부가 흔한 경기 결과다. 그러나 이날의 1대 1은 경기장에 모인 재일동포들에게 조금 특별하게 다가왔다. 8강과 4강, 결승으로 이어지는 토너먼트에서는 남북이 함께 웃을 수 있는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승자와 패자가 갈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남북 선수들이 같은 운동장에서 90분 넘게 함께 뛰었고 관중석에서는 남과 북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서로의 사진을 찍으며 웃었다.

도쿄와 시가현, 나고야 등 일본 각지에서 경기장을 찾은 재일동포들의 발걸음에는 축구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약 2천 명의 관중 가운데 상당수는 남북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먼 길을 찾아온 재일동포들이었다. 이날 도쿄 인근 시즈오카의 하늘도 특별했다. 경기 전까지 태풍의 영향이 걱정됐지만,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빗방울 하나 떨어지지 않았다. 선수들은 맑은 하늘 아래 그라운드를 누볐고 관중들은 끝까지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는 1대 1로 끝났다. 누군가는 이를 무승부라고 부르겠지만, 이날 경기장을 찾은 사람들에게는 남과 북이 함께 거둔 결과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멋진 경기, 멋진 사람들 그리고 참 멋진 하루였다. 9월 21일 시즈오카에서 남북 선수들은 함께 뛰었고, 재일동포들은 함께 박수를 보냈다. 그것만으로도 이날은 충분히 의미 있는 날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