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 83] jky의 영어이야기

– piano에서 김치까지: 영어의 국경 없는 외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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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는 영어일까요? 영어가 아닐까요? piano라고 쓰면 영어의 외래어이고, 피아노라고 쓰면 한국의 외래어다. 지난 호에서 고유한 우리말인 줄 알았던 말들이 사실은 외국어였던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고구마, 귤, 빵, 가방, 담배, 구두 등은 우리말로 알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외국어였던 단어들로 외래어를 넘어 아예 우리말로 인정된 귀화어들이다. piano가 이와 같은 예에 해당한다. 오늘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영어 단어 중에 <차용어(loanwords)> 즉 영어의 외래어 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게르만 어족에 속하는 영어는 역사적으로 프랑스어, 라틴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의 영향을 받으며 어휘를 확장해 왔다. 실제로 현대 영어 어휘의 60% 이상이 외래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영어의 외래어를 이해하려면 영어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외래어가 영어에 영향을 준 시기는 크게 영어의 탄생(AD 449년) 이전의 토착어, 노르만 정복(The Norman Conquest), 르네상스 시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앵글로·색슨족이 영국을 침공(The German Conquest)하여 영어가 탄생(AD 449년)하기 이전에 브리튼(Britain)의 토착 민족인 켈트족(Celts)이 사용하던 켈트어와 브리튼을 지배하던 로마의 라틴어가 영어에 남아있는 대표적인 예로 어두운 강(Dark River)을 뜻하던 <Thames(템스강)>와 대담한 자들의 땅을 뜻하던 <London(런던)>이 있다. 이들은 영어의 외래어 중 나이가 가장 많은 단어들이다. 영국 영어(British English)라고 할 때의 British와 브리태니커 대백과사전(Encyclopaedia Britannica)의 Britannica 역시 Britain에서 온 단어다. 브리튼(Britain)의 원어인 Britannia는 그리스어 Prettanike(문신을 한 사람들의 섬)라는 뜻으로 로마인들이 정착시킨 말이다.

노르만 침공(The Norman Conquest)으로 1066년부터 약 1400년까지 프랑스가 영국을 지배하면서 영국의 상류 언어는 프랑스어가 차지하였다. 이에 따라 문화, 예술, 고급 음식과 관련된 프랑스어로 cafe(카페), restaurant(레스토랑), menu(메뉴), chief(주요한) 등이 있다. 주방의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chef(셰프)는 원래 <우두머리, 머리(head)>를 뜻하는 프랑스어 chief와 어원을 같이 한다. 참고로 노르만(Norman)은 <북쪽에서 온 바이킹>이라는 뜻이었으나, 그들이 프랑스의 북쪽 땅을 차지하고 우월한 프랑스 문화에 동화되면서, 역사적으로는 <프랑스 북부에 정착하여 프랑스화 된 사람들>이라는 중의적 의미가 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노르망디(Normandy)는 <노르만족이 사는 땅>이라는 뜻이다.

나의 칼럼 초기에 앵글족(The Angles)과 색슨족(The Saxons) 쥬트족(The Jutes)이 침공하여 브리튼을 장악하여 영국과 영어가 탄생한 사실을 이야기한 바 있다. 앵글족의 땅이라는 뜻으로 England가 생겼으며, 앵글족의 말이라는 뜻으로 English가 탄생했다고 했는데, 이때부터 노르만의 침공 이전의 영어를 역사적으로 고대 영어(The Old English)라고 한다. 노르만 침공으로 프랑스어가 영어에 너무도 큰 영향을 끼쳐서 역사적으로 이때를 중세 영어(The Middle English)라고 한다. 영어의 외래어가 풍부(?)해지기 시작한 시기라고 보면 된다.

노르만의 침략과 지배가 끝나면서 대략 1500년대부터 현대 영어(The Modern English)라고 한다. 이 시기에는 게르만 계열(독일어, 네덜란드어 등)과 라틴어 계열(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에서 유래한 외래어가 많다. 유치원(kindergarten)은 독일어로 Kinder(아이들)와 Garten(정원)이 합쳐진 말이며, 앨러지(allergy) 또한 독일어다. 스키(ski)는 노르웨이어로 갈라진 나무토막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하였고, 쿠키(cookie)는 네덜란드어로 작은 케이크(koekje)를 뜻하는 말이 미국으로 넘어와 정착한 외래어다. 요트(yacht)는 네덜란드어에서 유래한 외래어다. 피아노(piano)는 이탈리아어로 원래 <부드럽게, 약하게>라는 뜻으로 본래 명칭은 <피아노포르테(약하고 강하게 모두 조절되는 악기)>였으나 줄여서 피아노가 된 말이다. 우산(umbrella)은 이탈리아어로 그늘을 뜻하는 ombrella에서 유래한 말로 원래는 비가 아니라 햇빛을 가리는 <양산>이 목적이었다. 스튜디오(studio)는 이탈리아어에서, 모기(mosquito)와 광장(plaza)은 스페인어에서 온 말이다.

르네상스(renaissance)는 프랑스어로 <다시>를 뜻하는<re>와 태어나다(naître)의 명사형으로 <출생/탄생>을 뜻하는 <naissance>가 합쳐진 말로 <부활·재생>을 뜻하는 외래어다. 르네상스 시기 또는 이후에 프랑스어에서 유입된 외래어로는 에세이(essay), 발레(ballet), 장르(genre), 랑데부(rendezvous), 에티켓(etiquette), 부케(bouquet) 등이 있다.

이외에도 태풍을 뜻하는 typhoon(타이푼)은 중국어 대풍(大風)에서 온 말이며, 아바타(avatar)는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케첩(ketchup)은 중국어에서, 사파리(safari)는 아랍어에서, 로봇(robot)은 체코어에서 온 말이다. 김치, 누나, 재벌 등 우리말조차 영어 사전에 등재된 영어의 외래어가 되었다. 영어에 유입된 외래어는 시기 및 국가별로 너무나 다양하다.

우리의 언어 속에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 수많은 외래어가 섞여 있듯, 파란만장한 역사를 겪은 영어 역시 차용한 외래어들로 가득 차 있음을 알아보았다. 텔레비전, 라디오, 컴퓨터처럼 우리말로 대체 불가능한 외래어들은 피할 수 없는 글로벌 시대의 글로벌 언어다. 다만, 리허설, 워라밸, 프로필, 또는 국적 불명의 아파트 이름처럼 충분히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말들까지 무분별하게 외국어를 사용하는 풍토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말을 주체적으로 아끼고 가꾸는 것이야말로 언어 사대주의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 높아진 K-컬처(K-culture)의 위상에 걸맞은 우리의 성숙한 언어 문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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