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제 씨저(Caesar)는 왜 황제가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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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씨저(Caesar)는 왜 로마의 황제가 아니었을까? 지난 칼럼에서 유대인들이 로마에 세금을 바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예수님을 시험하려 했을 때, 예수님께서 데나리온 동전에 새겨진 초상(카이사르의 얼굴)을 보고 답하신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마22:21)>라는 성경 구절로 인해 필자가 혼동의 시기를 겪었다는 이야기 한 바 있다. 성경 구절에 등장하는 <가이사>는 영어로 씨저(Caesar)라는 인물이며, 라틴어 발음으로는 <카이사르>였고, 신약의 헬라어도 라틴어 원음을 살려 <카이사르>라고 한 것이 중국어의 번역 凱撒(개살)을 거쳐 한국 성경에서는 한국식 한자 발음으로 <가이사>가 되었다. 이번 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로마의 황제로 알고 있는 쥴리어서 씨저가 왜 실제로는 황제가 아니었는지 그리고 씨저라는 인물이 어떻게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보통명사인 <황제>라는 용어가 되어 성경에서도 인용되고 있는지 살펴 보고자 한다.
Caesar 자신은 황제가 아니었으나 황제의 이름이 된 로마의 지도자다. 칼럼 61호에서 언급했던 가이사(Caesar)는 사실 로마 역사에서 단 한 번도 공식적인 황제의 직위에 오른 적이 없다. 그는 종신 독재관(Dictator)이었을 뿐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라는 선언으로 ‘루비콘강’이라는 금단의 선을 넘은 씨저는 갈리아 전쟁을 통해 얻은 군사적 명성과 민중의 압도적 지지를 결합하여 스스로 종신 독재관의 자리에 올랐다. 비상사태 시 로마 공화정에서 6개월 임기로 부여하던 전권직인 독재관(Dictator)이라는 직위를 계속 연장하다가 결국 <종신 독재관(Dictator Perpetuo)>이 되었고, 이것이 그가 자신의 최측근인 브루투스와 암살자들의 칼날에 암살당한 결정적인 이유였다.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배신의 아이콘이 탄생한 배경이다.
씨저는 황제가 되기 직전에 암살당한 인물 혹은 <황제보다 더 강력했던 독재관>이었다. 실제로는 씨저의 조카였지만, 씨저의 유언에 따라 양자가 된 옥타비아누스가 씨저의 권력을 이어받아 삼두정치를 끝내면서 원로원의 헌정으로 <신성하고 존엄한 자>를 뜻하는 아우구스투스(Augustus)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 씨저의 암살을 불러온 독재관(Dictator)이란 용어 대신 신성하고 존엄한 자라는 뜻의 <아우구스투스>라는 칭호를 얻은 아우수스투스는 가문의 이름인 <카이사르>를 자신의 이름에 넣어 <임페라토르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Imperator Caesar Augustus)>가 되었다. 아우구스투스가 로마의 초대 황제가 되었음을 천명한 것이다. 이후 로마의 황제들 또한 이를 계승하면서 <카이사르>는 <황제>를 뜻하는 보통명사가 되었다. 사람의 이름인 고유명사가 보통명사가 된 대표적인 사례였으며, <imperator>는 황제를 뜻하는 영어 <emperor>의 어원이 되었다.
이 영향력은 로마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독일의 황제를 뜻하는 카이저(Kaiser)와 러시아의 황제를 뜻하는 차르(Tsar) 역시 모두 <카이사르>에서 유래한 단어들이다. 비록 씨저 자신은 살아생전 황제의 관을 쓰지 못했으나, 그의 이름은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권력의 정점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살아남아 성경에서도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라고 하듯 <씨저(가이사)>는 세상의 황제를 의미하는 보통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호사유피 인사유명(虎死留皮 人死留名)이라는 말이 있듯이 씨저 부자는 모든 인류에게 영원히 기억될 이름이 되고 있다. Julius Caesar의 이름에서 7월(July)이, Augustus의 이름에서 8월(August)이 유래한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우리말 성경의 <가이사>라는 이름에 새겨진 어원적 탐구는 성경과 역사를 읽을 때 단순한 문자를 넘어 그 이면의 섭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음을 알아보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깨닫는다는 말이 있다. 독자들이 무심코 혹은 맥락 없이 사용하던 용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