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침은 부족함보다 못할 때가 있다

한국에서의 일이다. 어느 날, 국도를 신나게 달리다 배가 고파 도로변 휴게소 식당에 차를 세웠다. 간판에는 큼직하게 ‘기사님식당’이라고 적혀 있었다. ‘기사님’이라는 말이 뭔가 생각을 하게 했다. 예전에는 ‘님’이라는 호칭을 임금이나 부모, 스승처럼 귀한 존재에게만 붙였다고 배웠다. 그래서인지 그 글자 속에는 늘 공손함과 존경의 기운이 배어 있었다. 그런데 그날, 휴게소의 간판은 나에게 이상하게도 존경보다는 마음 한켠이 어수선함 만을 전했다. 물론 운전기사를 낮춰 보려는 뜻은 전혀 없다. 다만 ‘기사식당’이라고 해도 충분했을 이름이 왜 굳이 ‘기사님식당’으로 해야 했을까? 사소할지 모르지만 하루 종일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요즘은 온통 ‘님’의 시대다. 고객님, 회원님, 사장님, 주방장님…. 존중의 표현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겉으로는 그리고 말의 표현으로는 더 공손해졌는데, 이상하게도 그 무게는 반대로 예전보다 더 가벼워진 느낌이다. 귀해서 빛나던 말이, 너무 흔해지면서 그 빛이 오히려 옅어진 것은 아닐까. 며칠 전, 머리를 정리하려 미장원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선생님!’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나는 내가 교사인지라 누가 나를 알아보고 부르는 줄 알고 두리번거렸지만 아무도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잠시 후 미용사가 가위를 들고 나오며 다시 ‘선생님!’ 하고 동료를 부르며 말했다. 그 미용실에서는 미용사를 모두 ‘선생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어떤 일에 경험이 많거나 잘 아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선생’이라 하니까. 기술과 감각을 갖춘 미용사를 선생님이라 부르는 것이 이상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내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나만의 지나친 편견인 건가…?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여러 명의 학생들.

어릴 적 나는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말을 들으며 그것을 지키며 자랐다. 그 말 속에는 두려움보다 존경이 있었다. 스승은 나를 가르쳐 길을 보여주는 사람,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선생님’이라는 호칭에는 단순한 직업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요즘은 누구나 선생님이다. 요리사 선생님, 운동 선생님, 운전사 선생님…. 표현의 존칭은 넓어졌지만, 정작 우리가 마음 깊이 우러러보는 ‘스승’은 점점 희미해지는 것만 같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가운데 누가 옳고 그르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느낄 뿐이다. 이름은 높아졌는데, 마음은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존중의 말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진심 어린 존경은 점점 드물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

최근 우리 주변에는 과하다 싶을 만큼 화려한 말과 행사, 물건들이 넘쳐난다. 더 강한 자극, 더 큰 수식어가 있어야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과한 것은 때로 부족한 것만 못하다고 했던 옛말이 자꾸 떠오른다. 존칭도 그렇지 않을까. 많이 붙인다고 존경이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님’과 ‘선생님’이라는 말이 다시 그 본래의 무게를 되찾으려면, 먼저 우리의 마음이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말이 높아지기 전에, 마음이 먼저 깊어졌으면 좋겠다. 존중은 호칭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결국 완성되는 곳은 사람의 태도와 진심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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