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미국 지구물리학연합회 회장 리사 그롬릭 교수가 말한 과학 공동체의 전환과 ‘기쁨’

미국 지구물리학연합회(AGU) 전 회장 리사 그롬릭 교수가 과학 공동체의 구조적 전환과 ‘기쁨(joy)’을 중심에 둔 리더십의 의미를 제시했다.

그롬릭 교수는 12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올리언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GU 연례학술대회 세션 ‘Rooted in Joy: Centering Belonging, Accessibility, Justice, Equity, Diversity, and Inclusion (B-A-JEDI) in Earth, Planetary, and Space Science Education and Outreach’에서 기조 발언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연합회의 변화 과정을 공유했다.

그는 젊은 연구자 시절을 회상하며 “이곳에 속하지 못한다는 감각과 두려움, 불안 속에서 연구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약 40년에 걸친 연구 경력 끝에 미국 지구물리학연합회 회장에 올랐지만, 그 과정은 전통적인 학문 엘리트 경로와는 달랐다고 강조했다.

그롬릭 전 회장은 미국 지구물리학연합회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며 현재의 전략 계획 수립에 핵심적으로 참여했다. 이 전략은 발견 과학(discovery science)’과 ‘해결 과학(solution science)’을 동등한 축으로 설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이를 “당시로서는 상당히 급진적인 선언이었다”고 평가했다.

재임 중 가장 상징적인 결정 중 하나는 기조연설자 선정이었다. 그는 과거 연례총회 무대가 우주비행사 등 특정한 ‘영웅 서사’에 집중해 왔다는 점을 짚으며, 과학을 서구 식민주의의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해 온 인도 출신 작가 아미타브 고시(Amitav Ghosh)를 초청했다.

그롬릭 교수는 “그의 메시지가 미국 지구물리학연합회 공동체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불안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연설 당일, 청중은 깊은 집중 속에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기후 적응과 과학 실천이 지역 기반·토착 지식에 뿌리내릴 수 있음을 강조한 고시의 메시지는 과학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전달됐고, 강한 공감을 얻었다.

연설이 끝난 뒤에는 고시의 책을 손에 든 연합회 회원들이 무대 앞으로 길게 줄을 섰다. 밑줄과 메모로 가득 찬 책을 매개로 한 대화의 장면은, 그롬릭 전 회장이 말한 ‘기쁨’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그롬릭 교수는 “미국 지구물리학연합회라는 공동체가 변화하는 과정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점이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이라며, “과학 공동체는 연구 성과뿐 아니라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드러내고 환영받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세션은 소속감, 접근성, 정의, 형평, 다양성, 포용(B-A-JEDI)을 중심에 둔 논의가 과학 교육과 아웃리치 영역에서 주변적 담론을 넘어 핵심 의제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AGU는 1919년 미국 국립연구위원회(National Research Council)에 의해 설립되어, 50년 이상 미국 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의 비법인 산하 조직으로 운영되다가 1972년 독립 법인으로 전환된 세계 최대 규모의 지구과학 학술 단체다.

이번 뉴올리언스 연례 학술대회에서는 2만 건이 넘는 발표가 진행됐으며, 지구과학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규모의 학회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송원서 (Ph.D.)
미국 지구물리학연합회 (AGU) Leadership Development and Governance Committee 위원
일본 지구혹성과학연합 (JpGU) Global Strategy Committee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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