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AI에 지나치게 의존해 발표 자료를 만든 학생들에게 따끔하게 이야기를 했다. 겉보기에는 유려하고 매끄러운 프레젠테이션이었지만, 정작 발표자는 자료 속 단어조차 제대로 읽지 못했고,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채 자신도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그대로 읽어 내려가는 데 급급했다. 듣는 이에게는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없는, 발표자에게는 불안과 혼란이 가득한 시간이 이어졌다.
그런데 오늘, 같은 학생들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본인이 직접 파워포인트를 만들고, 발표 흐름에 맞춰 필요한 정보를 정리하고,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스스로 추가한 뒤 다시 발표를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발표는 자연스러웠고, 설명은 명확했고, 발표자의 말은 청중에게 곧바로 들어왔다. 발표자 자신도 자료를 읽는 데 의존하지 않고 청중의 눈을 바라보며 말의 방향을 조정하고, 설명을 더하고, 전달했다. 어제와 오늘 사이, 발표 태도와 구성, 내용의 밀도는 완전히 다른 수준이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학생들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AI가 만드는 자료는 ‘그럴듯한 결과물’을 빠르게 제공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언어가 아니고 자신의 사고가 아니다. 소화되지 않은 내용을 설명하는 일은 발표자를 어색하게 만들고, 청중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 뿐이다. 어제와 오늘의 극명한 차이를 경험한 학생들은, 스스로 결심하게 되었다.
AI에 기대어 만든 발표는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나는 오히려 이런 ‘실패의 경험’이 학생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이라는 공간은 본격적으로 사회로 나가기 전, 시행착오를 마음껏 경험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기다. 직접 만들어보고, 잘못도 해보고, 깨지고, 다시 만들면서 비로소 배움이 자신의 것이 된다. AI의 효율성과 한계를 몸으로 겪어보는 이 과정은 앞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학습과 성장 방향을 잡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설명이 간단하게 쓰여 있을수록 쉬운 내용이라고.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다. 간단하게 말하는 사람일수록 더 깊이 알고 있다. 한 문장과 다음 문장, 개념과 개념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정확히 찾고 꿰어낼 수 있는 사람만이 청중에게 ‘쉬운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
좋은 강의, 좋은 콘텐츠는 단순히 정보의 나열이 아니다. 자신이 완전히 이해한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재구성해 전달하는 과정이다. AI는 자료를 만들어줄 수 있지만, 그 이해의 과정만큼은 결코 대신해줄 수 없다.
그래서 대학은 배움의 완성물이 아니라, ‘배우는 법을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이 이해한 방식대로, 자신의 말로, 자신의 구조로 세상을 설명해보는 연습. 그 연습이 충분히 가능한 곳이 바로 지금 이 공간이기를 바란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