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칼럼 38> 이탈리아를 넘어 스위스까지

– 여행을 통해 언어를 배우는 기쁨 –

단순한 여행기는 주변에 넘치고도 넘치기에 이 칼럼의 주제가 진로/진학/직업/입시/영어/학습임을 고려하여 이번에는 영어 즉 언어를 중심으로 여행기를 그려보고자 한다.

아내의 정년 퇴임을 기념하여 우리 부부와 큰딸 부부가 유럽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작년에 자유 여행을 주도한 큰딸이 여행 후 피부 트러블을 겪은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프리미엄 패키지여행을 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패키지여행에 비해 하루 중 자유 시간과 한 끼의 자유 식사를 주고 쇼핑 타임이 없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그렇게 14명의 여행단이 이탈리아를 거쳐 스위스에서 여행을 마쳤다. (지금까지의 문장에서 잘못된 용어가 있다면 무엇일까요?)1

이탈리아 로마에서 시작된 여행은 남부의 나폴리와 폼페이, 아말피코스트 그리고 포지티노를 거쳐 북부의 피렌체와 베네치아로 이어졌고, 스위스에서는 인터라켄, 융프라우요호와 루체른이 여행의 중심이었다. 건물의 육중함으로 2천 년 고도의 로마는 역설적으로 도시 재건이 불가능하여 도심 속 차량은 SUV를 제외하면 모든 차량이 티코 수준의 극소형 차였다. 소설 속 혹은 지식으로만 듣고 알고 있던 베드로 성당과 글레디에이터 영화의 콜로세움, 미켈란젤로의 작품들, 폼페이 최후의 날의 실제 도시들, 죽기 전에 꼭 해보아야 할 드라이브 코스인 아말피코스트와 포지타노, 베니스의 상인의 무대인 베네치아 해상도시 등 가슴을 뛰게 하고 호흡을 가다듬게도 하는 현실과 공상과 지식과 뉴스들이 혼재되는 최고의 여행으로 기원전부터 설계되어 지금도 이어지는 심미안에 고개가 숙어졌다.

이탈리아 여행 중 기억에 남는 건 소매치기 주의로 인해 만족도가 반감되는 아쉬움 속에 이탈리아의 지명에서 한국의 많은 차가 탄생되었음을 알고 신기했다. 소렌토, 토스카나, 티볼리 등의 차들이 이탈리아의 지명에서 온 것이었고, 스파게티, 커피의 진수 에스프레소, 파스타 등 한국인이 즐겨 먹으며 선호하는 많은 음식물이 이탈리아에서 유래된 것들이었다. 그 외에도 가죽 제품으로 세계적인 명품의 반열에 오른 제품 등 이탈리아인들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많은 것들을 보며 교육자로서 우리나라는?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영어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탈리아는 Italy가 아니고 Italia였다. Italy는 Italia의 영어식 표현일 뿐. 한국의 외국어 표기법은 가능한 한 외국어의 원발음을 존중하고 있으나, 영어는 많은 외국어를 영어식으로 변형하여 외국어를 배워야 하는 제3국들은 2가지의 언어를 익혀야 하는 불편을 겪게 하고 있다.

육중함 혹은 웅대함이 떠오르는 이탈리아의 건축물들에 비해 스위스는 옛 건축물이든 현대적인 건축물이든 한결같이 상큼하고 깔끔함이 인상적이다. 특히 초원과 동산 위의 집들은 건축물이 아니라 한편의 풍경화다. 그저 평온하고 peaceful이 무엇인지를 실감하는 눈 호강의 시간이었다. 스위스 여행 또한 언어학적인 측면에서 두어 가지 꼭 이야기하고픈 게 있다. 스위스(Swiss)는 정확히 말하면 국명이 아니라 Korea의 형용사가 Korean인 것처럼 Switzerland의 형용사로 <스위스의 혹은 스위스인>의 의미가 있다. 마치 외국인이 한국의 국명을 Korean으로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 그래서 외국인에게 이번 여행에서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다녀왔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스위스(Swiss)는 Switzerland의 형용사인데 왜 스위스라고 하냐고 물어본다. 맞다. 아래 그림처럼 외교부에서 공식적으로 스위스를 국가명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명색이 영어 교사였는데 우리말로야 스위스라고 하더라고, 외국인에게는 Switzerland라고 해야 했다. 아내의 회갑 기념 여행이 그렇게 또 하나 배우는 계기가 되었으니 감사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덤으로 스위스의 융프라우(Jungfrau)는 한여름에도 눈이 쌓여있고, 눈발이 날리는 곳이다. 여름철 여행으로 이보다 더 시원한 피서가 있을까 싶다. 그런데, 융프라우의 영문 표기 Jungfrau는 영어식으로 발음하면 정 프로가 된다. 즉 Jung의 J 발음이 영어식으로는 [ʤ]로 발음되어 Jung이 [ʤəɳ: 정]이지만, 독일어 계통의 언어에서는 [juɳ: 융]이 된다. 언어권에 따라 J는 [으]로 발음되기도 하고, [ㅈ]으로 발음되기도 한다. Jesus도 영어로는 지저스로 발음되지만, 스페인어 계통에서는 [jesu : 예수]로 발음되고, 영어에서는 Jesus Christ[지저스 크라이스트]가 스페인어에서는 [jesu kristo : 예수 그리스도]로 발음 하는 게 그 예다.

이번에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통해 역사적인 나라와 풍경이 아름다움의 실체를 통한 기쁨도 있었지만, 영어 전공자로서 각국의 표현 방식들의 차이에 대해 직접 보고 느낌으로 인해 우리말 속의 외래어들을 한 번 더 분석하고 연구하여 대중들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 여행이었다.

주1: 한국 내에서는 스위스를 스위스라고 해도 되지만, 외국어로는 반드시 Switzerland라고 해야 한다. Swiss는 Switzerland의 형용사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에게는 실수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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