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쿄 도심 곳곳에서는 고층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오래전부터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에서, 이러한 재개발 지역이 젊은 세대를 끌어들인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한동안 조용했던 초등학교가 다시 활기를 띠고, 보육 시설의 대기 인원이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출산율이 결코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비교적 완만한 방식으로 인구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참고할 만 하다.
일본의 접근 방식 중 중요한 특징은 “저출산은 돈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출산 및 육아 관련 일시금 지원, 세제 혜택 등을 다양하게 제공해왔다. 하지만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하루 종일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이 있느냐”라는 점이다. 맞벌이 부부가 보편화된 시대에, 탄탄한 보육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아이를 낳고 기르려는 결정 자체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일본의 여러 지자체에서는 공립 어린이집, 방과후 돌봄 시설 등을 대폭 확충하고, 야간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제도는 고령층과 젊은 부모를 연결하는 이른바 ‘지역 돌봄 매칭 서비스’다. 60~70대 어르신들이 파트타임으로 자녀 돌봄이나 가사 일부를 도와주는 형태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마음 놓고 직장생활을 지속할 수 있고, 어르신들도 사회적 보람과 수입을 얻을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지역 전체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개념에 자연스레 익숙해진다.
한편, 한국은 저출산 문제에서 일본보다 더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2024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최저 수준인 0.68을 기록해,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조부모나 개인 고용(가사도우미·베이비시터 등)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지만, 하루 종일 한 사람을 고용하는 데 따른 심리적·재정적 부담이 크다. 또한 일부 부모는 조선족(중국 동포)을 고용하기도 하는데, 이때 아이가 특정 말투나 언어 습관을 익히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하는 사례도 있다. 비용과 신뢰 문제에서 여러 난관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한국 정부는 출산 장려금을 확대하고, 자녀가 둘 이상이면 지원금을 더 주는 등의 직접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지원해 주는데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는 식의 접근만으로는 일상에서 겪는 근본적인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어렵다. 결국 한국 부모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서도 믿을 만한 보육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이다. 이것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로, 실효성 있는 육아휴직·탄력근무·시차출근 같은 유연한 근무 시스템과 안전하고 질 높은 어린이집·유치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요약하자면, 지속가능하게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핵심 전략은 다음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 옵션의 충분한 확보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관리하는 어린이집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방과후·야간 돌봄 프로그램을 확대해 부모의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 또한 지역 내 고령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부모들의 ‘돌봄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 ‘일터’와 ‘가정’의 유연하고 긴밀한 연결
기업은 사내 보육시설 설치, 긴급 보육 지원 등 육아를 배려하는 제도 마련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장려하고, 휴직 후 복직하더라도 다양한 근무 형태를 보장함으로써 자녀 양육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 수 있다.
도시 재개발만으로는 사회 전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새롭게 지어진 공간에서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일 역시 그에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하다. 일본이 급격한 출산율 붕괴를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앙정부·지자체·기업·지역사회가 각자의 역할을 조금씩이나마 분담해 왔다는 사실이 자리한다.
결국, 저출산 문제 해결은 그리 복잡한 일이 아니다. 아이 양육을 가족에게만 떠넘기지 않고 “사회가 함께 키운다”는 인식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일본의 경험은, 단순히 보조금 등 재정적 혜택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생활 밀착형 해결책이 핵심이다. 도시 곳곳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더 길고 더 넓게 퍼져 나가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밝고 지속적인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도시가 아닐까.
송원서 (Ph.D.)
일본 슈메이대학교 학교교사학부 전임강사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 비상근강사
동경대학교 공간정보과학연구센터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