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반말 쓰는 일본인, 문화 차이로만 치부해도 될까

일본에서 거주하는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일이다. 일본에 살다 보면, 외국인이란 이유만으로도 은행, 우체국, 심지어 병원 같은 공공장소에서까지 반말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언뜻 보면 “일본은 원래 그런가?”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한국인에게 있어 반말은 단순한 ‘말투’ 이상의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어는 존댓말과 반말을 극명하게 구분하며, 이를 통해 상대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표현한다. 그런데 어느 날, 상대방이 다짜고짜 나에게 반말을 퍼부으면 어떨까? “내가 무시당하고 있나? 나를 만만하게 보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수 있다. 한국에서는 가족이나 정말 친한 친구 사이가 아닌 이상 반말은 금기시되기 쉬우며, 특히 처음 만난 사람에게 함부로 반말을 쓰는 것은 대단히 무례하다고 여긴다. 그런데 이런 문화를 모르는 해외 사람들은, 혹은 알더라도 습관적으로 반말을 쓰는 일본인들은, 한국인이 받을 상처나 모욕감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일본에서 한국인이 반말을 듣게 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주로 언급된다. 첫째, 외국인이기 때문에 “일본어를 잘 못 알아들을 것”이라 짐작하고 쉬운 표현(일종의 ‘어린이 말투’ 같은 느낌)으로 설명하려는 의도가 반말로 나타나는 경우다. 둘째, 상대를 나이 혹은 지위로 깔보아 무의식적으로 반말을 쓰는 경우다. 전자는 ‘배려’라는 선한 출발에서 비롯될 수 있지만, 한국 문화권 사람들에게는 거북함을 야기한다. 후자의 경우는 배려와는 반대로 상대방을 낮춰 보는 행위로 받아들여져 갈등을 더 심화시킨다.

물론 “일본은 일본이니까 그냥 이해하자”라는 식의 접근도 가능하다. 그러나 말은 곧 마음을 드러내는 도구다. 한국 사람들에게 반말은 무시나 불쾌감을 즉각적으로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그래서 “혹시 저에게 존댓말을 사용해주실 수 있을까요?” 하고 정중하게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자칫 잘못 전하면 상대방이 “그냥 문화 차이인데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구냐”고 받아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시도가 없으면 상대방은 평생 이를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문화 차이는 인정하되, 그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고 불쾌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서로가 알 필요가 있다. 특히 병원, 은행, 공공기관처럼 신뢰와 예의를 기반으로 운영되어야 할 공간에서 반말이 튀어나온다면, 그것이 비록 상대방의 ‘배려’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것일지라도 반드시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 “존댓말을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은 “당신이 잘못했다”가 아니라 “나는 존중받고 싶다”는 표현이다.

마음먹고 나서도 직접 말하기 쉽지 않고, ‘괜히 예민하게 구는 것 같다’며 망설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당사자가 직접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무의식적인 반말 사용이 상대를 어떻게 불편하게 만드는지 깨닫지 못한다. 결국 우리는 이해와 배려의 필요성을 논하면서도 때로는 정면으로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서로 조금만 더 상대방을 배려하자”는 이 흔한 구호가 실천이 되기 위해서는 용기 있는 한 마디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이 비록 소소해 보이더라도, 문화 차이 때문에 생기는 반말의 벽을 조금씩 허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송원서 (Ph.D.)
일본 슈메이대학교 학교교사학부 전임강사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 비상근강사
동경대학교 공간정보과학연구센터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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