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오랜기간 살다보면, 이민 혹은 여러 사정으로 이곳에 정착해 사는 동포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중에는 일본에서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지만 한국말을 제대로 못하는 분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그분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느껴지는 현실적 무게가 크다. 생계를 위해 줄곧 뛰어다니다 보니 고국의 언어를 배울 여유도, 배워야 할 계기도 가지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는 한국 출신 동포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으로 다시 건너온 일본계 브라질 출신 역이민자나 노동자들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 있다. 그들은 일본식 성을 쓰지만 이름은 브라질식으로 써서 정체성을 드러내고, 포르투갈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지만 일본어 구사에는 어려움을 겪곤 한다. 낯선 땅에 정착해 생계를 유지하느라 바빠 고국의 언어 장벽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외국에 사는 교포들은 어떤 배경이나 세대에 속해 있든 ‘이중언어’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현지 언어와 모국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한다면, 본인에게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양쪽 언어를 모두 능숙하게 구사한다면, 이들은 단순히 언어만 잘하는 수준을 넘어 두 문화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다. 언어가 단순한 ‘말’의 문제를 뛰어넘어 문화와 가치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중언어 구사 능력을 갖춘 교포들은 현지 사회와 출신국 사이에서 누구보다도 풍부한 시각을 확보할 수 있고, 두 문화 간 ‘조율자’나 ‘중재자’로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다. 이는 본인에게도 큰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양쪽 사회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인적 자원이 되기도 한다. 어떤 회사든, 단체든 글로벌 시대에 가장 찾고 싶어 하는 인재가 바로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들이다.
나 역시 그 가능성을 직접 보며, 되돌아보게 된다. 일상의 바쁜 삶 속에서 막상 자녀가 이중언어를 제대로 익힐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는지 돌이켜보면, 의외로 소홀히 대했다는 반성이 든다. 교포 2세·3세들을 포함해 해외 각지에서 자란 이들이, 혹은 새롭게 이민을 결정한 이들이 그 나라의 언어만큼 자신의 모국어 또한 놓치지 않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언어는 단순한 ‘말하기’ 기술이 아니라 내 뿌리이자 정체성이고, 동시에 새로운 기회로 가는 문이다. 우리 사회가 이 중요한 자산을 더 폭넓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포를 포함한 모든 다문화 가정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길 바란다. 그리고 언어적·문화적 배경을 여러 나라에 두고 사는 이들이 스스로도 자신의 가치와 소중함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각자의 언어와 정체성을 간직하면서도, 새로운 언어와 문화에도 적극적으로 스며들 수 있는 이들이 앞으로 더욱 주목받고, 활약의 장을 넓히기를 기대한다.
송원서 (Ph.D.)
일본 슈메이대학교 학교교사학부 전임강사
와세다대학교 교육학부 비상근강사
동경대학교 공간정보과학연구센터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