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 64] jky의 성경이야기

– BC와 AD에 얽힌 이야기 –

#어원 #BC #AD #Caesar #카이사르 #씨저 #예수님의탄생

지난 호에서 파피루스라는 갈대에서 성경(Bible)이라는 거룩한 이름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가 역사를 기록할 때 가장 먼저 긋는 선,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ni)에 얽힌 숨겨진 연대기적 미스터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는 흔히 BC를 당연하게 <기원전(紀元前)>이라고 번역해 사용한다. 하지만 단어의 뿌리를 대조해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영문 표기인 <Before Christ>를 직역하면 <우리 주님(Lord)의 탄생 전>이라는 뜻의 <주전(主前)>이 맞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양 또는 우리나라의 기독교에서는 역사를 예수님 탄생 이전과 이후로 나누기 때문에 BC를 <예수님의 탄생 이전>이란 의미로 <주전>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왜 BC의 원뜻과 전혀 다른 <기원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할까?

우리나라에서 쓰는 근대 학문 용어의 상당수는 19세기 말 일본에서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며 만든 번역어이거나 그 영향을 받았다. 당시 일본 학자들은 <Before Christ>를 번역할 때, 기독교 신자가 아닌 일반 대중도 거부감 없이 쓸 수 있도록 <기원(紀元)>이라는 중립적인 단어를 선택했다. <기원(紀元)>이라는 한자의 언어적 의미는 <역사의 그물(紀)을 잡아주는 으뜸이 되는 해> 즉, 역사를 기술하는 기준이 되는 해라는 뜻이다. 서양은 기독교(가톨릭, 정교, 개신교 모두를 포함하는 용어)가 주류를 이루지만, 동양은 불교와 유교의 영향이 큰 지역적 정서를 반영한 결과라고 보면 된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역사의 으뜸>으로 세운 그 기준점(AD 1년)이 실제 사건과 약 4년의 오차를 보인다는 사실이다. 6세기경 연대기를 정리하던 신학자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가 달력을 만들 때는 <우리는 지금 주님이 오신 지 몇 년째 되는 시대에 살고 있을까?>였기 때문에 <예수님의 탄생 연도>가 중요했다. 하지만 예수의 탄생 연도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약 4년의 시간적 공백이 발생하였다. 마태복음(2:1)과 누가복음(1:5)은 예수님의 탄생 시점을 <유대 왕 헤롯 때>라고 명확히 기록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헤롯 왕이 사망한 시점은 BC 4년이다. 즉, 논리적으로 따지면 BC는 <그리스도 이전>을 뜻하지만, 예수님은 BC 4년경에 이미 탄생했다는 논리적 모순이 발생한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BC를 이야기하면 AD를 빼놓을 수 없다. AD(Anno Domini)는 라틴어로 <예수님이 탄생한 해>를 뜻한다. 즉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기원후>는 예수님이 탄생한 해부터 연대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AD(Anno Domini)는 라틴어인데, BC(Before Christ)는 왜 영어일까? 6세기 신학자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가 연대기를 정리할 때는 오직 예수 탄생 이후의 연대만이 관심이었기 때문에 BC는 없고, AD만 있었다. 그리고 약 1,000년의 세월이 흘러 17~18C 경 고대영어와 중세 영어를 거쳐 현대영어가 세계의 중심어가 되기 시작하였고, 예수의 탄생 이전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영국의 신학자들을 중심으로 BC(Before Christ)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책을 들고 있는 성인의 초상화, 배경에는 책장이 있는 아이콘 스타일의 그림.

그림 1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Dionysius Exiguus)

어학을 전공한 필자에게 BC는 AD보다 천 년이나 늦게 태어난 동생과 같다. 라틴어를 사용하는 로마의 지배 아래 라틴어인 AD가 태어났다면, 영어가 세계의 패권을 쥐게 되자 비로소 BC라는 이름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언어가 곧 국력의 거울이며, 국력이 언어를 지배하는 냉엄한 현실은 우리가 사용하는 AD와 BC라는 시간의 언어 속에 고스란히 각인되어 있다.

아울러, 흥미로운 언어 역사적 사실은 당시 유럽에는 숫자 <0>의 개념이 없었기에, BC 1년에서 곧바로 AD 1년으로 건너뛰는 산술적 공백이 발생하였다. 그래서 예수님이 BC 4년에 탄생하셨기 때문에 우리가 사용하는 현재의 AD 연도는 실제의 역사적 흐름보다 약 4년 정도 뒤처진 채 흘러가고 있다. 디오니시우스가 헤롯왕의 사망 시기를 정확히 알고 AD를 사용했다면, 이 칼럼을 쓰고 있는 2026년 현재는 실제로 2030년이 되어야 했다. 언어라는 렌즈로 세상을 볼 때, 우리는 비로소 잃어버린 4년의 시간을 넘어 역사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역사적으로 시간을 번 것일까? 아니면 시간을 잃어버린 것9일까?

고대 문자가 새겨진 네 개의 석판. 일부 글자가 손상되었습니다.
그림2 로마의 달력(Ancient Roman fas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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