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깊은 마포종점 갈 곳 없는 밤전차.”
은방울자매가 부른 ‘마포종점’에 등장하는 종점은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이 아니다. 1960년대까지 서울 도심과 마포를 오가던 노면전차의 마지막 정류장이었다.
마포종점은 현재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20 일대, 마포대교 북단과 지하철 5호선 마포역 4번 출구 사이에 있었다. 지금은 고층 건물과 차량이 가득한 도심이지만 당시에는 전차 선로와 차고지가 있고 그 너머로 한강이 펼쳐진 서울의 서쪽 끝자락이었다.
전차는 도로 위에 설치된 선로를 따라 운행한 도시 교통수단이다. 지하철이 없던 시절 서울 시민의 주요 이동수단이었다. 도심에서 아현동과 공덕동을 지나 마포로 향한 전차는 이곳에서 운행을 마쳤다. 따라서 ‘마포종점’은 단순한 정류장 이름이 아니라 하루의 노동과 귀가, 만남과 이별이 교차하는 생활 공간이었다.
노래가 발표된 1968년 마포의 풍경은 지금과 크게 달랐다. 마포대교는 아직 없었다. 마포와 여의도를 연결하는 마포대교는 1970년 ‘서울대교’라는 이름으로 개통했다. 노래가 나온 당시 마포종점에서 바라보면 한강 건너 여의도와 영등포의 불빛이 보였다.
노랫말에 영등포와 당인리발전소, 여의도비행장이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포종점에 서면 강 건너 영등포와 여의도 일대가 시야에 들어왔고 서쪽에는 당인리발전소가 있었다. 지금의 서울화력발전소인 당인리발전소는 당시 마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산업시설이었다. 여의도에는 공원이 아니라 비행장이 있었다.
‘마포종점’은 정두수가 작사하고 박춘석이 작곡해 은방울자매가 부른 노래다. 1968년 7월 음반으로 발매됐다. 노래가 나온 지 불과 넉 달가량 뒤인 같은 해 11월 서울 전차 운행이 중단됐다. 노래가 큰 인기를 얻는 동안 노래의 실제 무대였던 전차 종점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셈이다.
노래의 탄생 배경에는 마포종점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렸다는 한 여인의 사연이 전해진다. 작사가 정두수가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가사를 썼다는 것이다. 다만 이 사연은 작사가의 회고와 후대의 구전을 통해 알려진 일화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중요한 것은 노래가 한 개인의 이별만을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산업화가 본격화하던 1960년대 말 서울에는 고향을 떠나온 노동자와 학생, 도시 빈민이 몰려들었다. 마지막 전차가 끊긴 종점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은 당시 도시 서민들이 겪었던 외로움과 상실을 상징했다.
종점이라는 공간도 노래의 정서를 강화했다. 출발역에는 기대가 있지만 종점에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느낌이 남는다. 비가 내리는 늦은 밤, 운행을 마친 전차와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함께 배치하면서 마포는 실제 지명을 넘어 이별의 장소가 됐다.
현재 옛 마포전차종점 자리 인근에는 이를 알리는 표지석이 설치돼 있다. 마포동 마포어린이공원에는 ‘마포종점’ 노래비도 세워져 있다. 노래는 2017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오늘날 마포는 여의도와 도심을 잇는 교통·업무 중심지가 됐다. 전차도, 여의도비행장도, 한적했던 강변 풍경도 사라졌다. 그러나 ‘마포종점’에는 마포대교가 없던 시절의 한강과 마지막 전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의 모습이 남아 있다.
노래 속 마포종점은 사라진 전차의 종착지이자 1960년대 서울의 시간과 서민의 애환이 멈춰 서 있는 기억의 종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