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종이 한 장

종이 한 장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누군가는 고개를 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낯선 타국의 교실 한가운데에서 그 얇고 가벼운 종이는 아이들의 웃음이 되었고, 문화의 다리가 되었으며, 기억으로 오래 남을 순간이 되었다.

‘종이접기 아저씨’로 불리는 김영만 원장은 일본 도쿄의 동경한국학교를 찾았다. 그가 마주한 것은 240명의 맑은 눈동자였다. 언어도, 살아온 환경도 조금씩 다른 아이들이었지만, 그들의 손에 쥐어진 것은 모두 같은 한 장의 종이였다. 그리고 그 종이는, 접히고 또 접히며 어느새 로켓이 되고, 바람개비가 되고, 요술처럼 피어나는 꽃이 된다. 아이들은 웃는다. 종이가 날아오를 때마다 환호했고, 바람개비가 돌아갈 때마다 서로를 바라보며 손뼉을 친다. 그 웃음 속에는 단순한 놀이 이상의 것이 담겨 있다. 그것은 ‘함께 만든 것’에서 오는 기쁨이었고, ‘같이 배운 것’에서 오는 따뜻함이다.

이날의 시간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종이문화재단과 동경한국학교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2015년, 두 기관이 함께 한 첫 문화 행사는 씨앗과 같았다. 그 작은 시작은 66명의 강사와 42명의 어린이 마스터를 길러냈고, 그들은 이제 일본 곳곳에서 종이문화를 전하는 또 다른 ‘다리’가 되고 있다. 한 장의 종이가 사람을 키우고, 사람은 다시 문화를 이어간 것이다.

일본에서는 ‘오리가미’라는 이름으로 종이접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는 그 이름을 통해 이 문화를 기억한다. 그러나 그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면, 종이를 만들고 그것을 접어 의미를 담아낸 시작은 한반도와 깊이 맞닿아 있다. 일본보다 70여 년이나 앞 선 오래된 기록 속에 종이로 학을 접어 날렸더니 학이 하늘을 날았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층위 속에서, 문화는 그렇게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라왔다. 그래서 이날의 종이접기는 잊혀질 뻔한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일이었고,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아이들이 접은 종이 한 장 한 장에는 웃음과 함께, 보이지 않는 역사와 정체성이 함께 접혀 있었다.

종이는 쉽게 구겨지고, 찢어지고, 바람에 날아간다. 그러나 그 위에 담긴 마음과 이야기는 의미가 무겁다. 누군가의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접힘 하나가,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세대를 이어 전해진다. 교실을 가득 채운 것은 종이보다도, 기술보다도, 더 소중한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아이들의 가슴 속에 자리 잡았다. 어쩌면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 장의 종이, 한 번의 만남, 그리고 진심 어린 손길. 그 단순한 것들이 모여,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종이는 말이 없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우리는 가장 깊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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