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이 있습니다. “‘사랑합시다!’라고 외치는 사람은 정작 자신은 가장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고, ‘정직합시다!’라고 외치는 사람은 실제로는 가장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다.”. 꼭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살아오며 돌아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이 분명 있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힘들 때면 주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며 견뎌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글의 주제가 ‘사랑’이었던 날들을 떠올려 보면, 그날은 가장 사랑하지 못했던 날이고, 그 뒤로도 한동안 사랑과는 멀어져 있었습니다. ‘반성’이라는 주제로 글을 썼던 날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글 속에는 반성보다는 변명과 합리화가 가득했고, 세월이 지난 뒤에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이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일까요. 아니면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겪어야 할 통과의례일까요. 나는 요즘 ‘큰 사람’이라는 말의 의미를 자주 곱씹습니다. 키가 크거나, 직함이 높거나, 말이 번듯한 사람이 아니라, 말과 삶이 조금이라도 닮아 있는 사람 말입니다. 첫 번째로 떠오르는 사례는 침묵하는 어른입니다. 회의 자리에서 늘 공정과 원칙을 외치는 사람보다, 정작 불리한 상황에서도 아무 말 없이 규칙을 지켜낸 사람. 그는 공정을 말하지 않았지만, 선택의 순간마다 공정을 살았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사람들은 구호를 외친 이를 기억하지 못했지만, 묵묵히 기준을 지킨 그의 등을 오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큰 사람은 말로 자신을 증명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에게서 배웠습니다.
두 번째는 사과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잘못을 지적받았을 때 변명부터 늘어놓는 사람은 많지만, “제 책임입니다”라는 한마디를 내뱉는 사람은 드뭅니다. 제가 아는 한 상사는 팀의 실수가 드러났을 때 가장 먼저 고개를 숙였습니다. 책임을 인정하는 순간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그 이후 사람들은 더 기꺼이 그를 따랐습니다. 큰 사람은 자신의 체면보다 관계와 신뢰를 더 크게 여긴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세 번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을 내미는 사람입니다. 봉사를 말로 홍보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름 없이 남을 돕는 이도 있습니다. 내가 우연히 알게 된 한 분은 매달 익명으로 장학금을 보내면서도 그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몹시 불편해했습니다. 그는 “고마움은 받는 사람이 느끼면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 속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단단한 겸손이 담겨 있었습니다. 큰 사람의 선행은 조용히 향기로 남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네 번째는 변하지 않는 태도를 지닌 사람입니다. 상황에 따라 말과 표정이 달라지는 사람도 있지만, 누구 앞에서든 같은 태도를 유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상사 앞에서는 웃고, 약자 앞에서는 날을 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늘 같은 눈높이로 사람을 대하는 이 말입니다. 그런 사람과 함께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꾸밈없는 일관성, 그것이 사람을 크게 보이게 한다는 사실을 저는 그들을 통해 배웠습니다.
사람에게도 향기가 난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나는 그런 향기를 풍기는 사람을 몇 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 향기는 향수 냄새가 아니라, 말과 행동이 어긋나지 않을 때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내 몸에서는 아직 향기보다는 냄새가 난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반성은 하지만 실천은 더디고, 다짐은 하지만 습관으로 남기엔 아직 부족합니다. 그래도 나는 믿고 싶습니다. 큰 사람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매번 조금씩 선택하며 만들어진다는 것을. 오늘 한 번 덜 말하고, 한 번 더 책임지고, 한 번 더 참아내는 그 작은 선택들이 사람의 크기를 키운다는 것을 말입니다. 나는 아직 큰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큰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는 살고 있습니다. 언젠가 내 삶에서도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서고, 냄새 대신 은은한 향기가 남는 날이 오기를 오늘도 조용히 소망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