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이 남긴 ‘Korean 손긔졍’ 서명 엽서가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된다. 이 엽서는 올림픽 우승 직후인 같은 해 8월 15일 손기정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일장기를 달고 시상대에 올라야 했던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복잡한 심경과 정체성 의식을 드러내는 귀중한 사료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광복 80주년을 맞아 25일부터 특별전 ‘두 발로 세계를 제패하다’를 열고 손기정 관련 유물 18건을 전시한다. 이번에 공개되는 엽서는 허진도 씨가 소장하고 있으며, 손기정이 한글로 ‘손긔졍’이라 서명해 조선인임을 분명히 드러냈다.
전시에서는 손기정이 기증한 보물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를 비롯해 베를린 올림픽 당시 수여받은 금메달, 월계관, 우승 상장, 신문 기사 등도 함께 공개된다. 이 중 청동 투구는 기원전 6세기경 제작된 것으로, 원래는 마라톤 우승자에게 수여될 예정이었으나 당시 손기정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1986년 베를린에서야 환수돼 1987년 보물로 지정됐다.
박물관은 또 AI 기술을 활용해 손기정의 청년 시절과 서울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섰던 노년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관계자는 “조국을 가슴에 품고 달렸던 손기정의 의지와 신념을 되새기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12월 28일까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기증 1실에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