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림의 얼굴, 미암 유희춘
유희춘은 중종 33년인 1538년 문과에 급제한 전도유망한 관료였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을사사화에 연루돼 1545년 함경도 종성 등지로 유배됐고, 그곳에서 20년을 보냈다. 하루아침에 중앙 정치 무대에서 밀려나 변경으로 쫓겨난 충격은 컸을 것이다. 청춘과 출세의 꿈은 그 시점에서 사실상 중단됐다. 긴 유배는 개인의 삶에만 상처를 남기지 않았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토지와 노비는 흩어졌고, 노모를 비롯한 가족들은 친척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