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친선 ‘시월마당’ 1300년 인연 되새겨
- 고구려계 도래인의 역사가 살아 있는 고마신사에서 한일 문화교류 행사 개최
2026년 10월 25일 일본 사이타마현 히다카시의 고마신사(高麗神社)에서 한국과 일본의 우호와 문화교류를 위한 ‘10월마당’ 행사가 열렸다. 10월마당은 매년 10월 하순 고마신사에서 개최되는 한일 교류 행사로,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사이타마현 지방본부가 주최한다. 고마신사 측이 올해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행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신사 경내 앞마당에서 진행됐다.
가을 하늘 아래 마련된 행사장에서는 한국 음식과 특산품을 판매하는 다양한 부스가 들어섰고, 한국의 전통음악을 비롯한 문화공연도 펼쳐졌다. 고마신사는 시월마당을 한국의 음식과 음악, 문화를 일본 지역사회에 소개하는 대표적인 연례행사로 안내하고 있다. 행사장을 찾은 한국인과 일본인들은 음식을 나누고 공연을 관람하면서 서로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했다. 정치나 외교의 영역을 넘어 시민들이 직접 만나 교류한다는 점에서 시월마당은 한일 양국 간 민간교류의 의미를 보여주는 행사로 평가할 수 있다.

행사가 열리는 고마신사는 한일 양국의 오랜 역사적 관계를 상징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고마신사는 약 1300년 전 고구려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고마노코키시 잣코, 즉 고구려계 인물인 고마왕 약광(高麗王若光)을 주제신으로 모시고 있다. 일본의 고대 역사서 『속일본기(續日本紀)』 등에 따르면 716년 일본 조정은 당시 스루가·가이·사가미·가즈사·시모우사·히타치·시모쓰케 등 동국 여러 지역에 거주하던 고구려계 도래인 1,799명을 무사시국에 이주시켜 고마군(高麗郡)을 설치했다. 고마왕 약광은 이 지역의 지도자로서 고마군의 개척과 정착을 이끈 인물로 전해진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지역 주민들이 그의 공덕을 기리며 영혼을 모신 것이 오늘날 고마신사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도 이 지역 곳곳에는 고대 고구려와의 인연을 보여주는 흔적이 남아 있다. ‘고마(高麗)’라는 지명을 비롯해 고마가와(高麗川), 고마신사 등의 명칭이 이어지고 있으며, 히다카시 일대에서는 당시 고마군과 관련된 사찰 터와 유물도 발견됐다. 고마군은 716년 설치된 뒤 약 1,200년 동안 행정구역의 명칭으로 존속했다. 그러나 1896년 메이지 시대의 행정구역 개편 과정에서 이루마군에 편입되면서 행정구역으로서의 고마군이라는 이름은 사라졌다. 그럼에도 고구려계 도래인들의 정착과 지역개발의 역사는 각종 문헌과 유적을 통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고마신사는 이러한 역사 때문에 한국인들에게도 의미가 깊지만, 일본에서는 이른바 ‘출세명신(出世明神)’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근대 이후 정치인과 문인 등 여러 유명 인사가 이곳을 찾았으며, 신사를 참배했던 정치인 가운데 와카쓰키 레이지로, 하마구치 오사치, 사이토 마코토, 하토야마 이치로 등 여러 인사가 이후 일본 총리에 올랐다. 이 때문에 고마신사는 출세와 개운을 기원하는 신사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고마신사 공식 자료도 고마왕 약광이 미개척 지역을 개척하고 주민들을 이끌었던 역사에서 출세와 사업번창 등의 신앙이 형성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약광의 후손으로 전해지는 고마씨 가문은 약 1,300년에 걸쳐 신사의 제사를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고마신사는 단순한 종교시설을 넘어 고대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의 인적·문화적 교류를 보여주는 역사적 공간이다. 특히 고구려계 사람들이 일본 사회에 정착해 지역사회의 한 축을 형성했다는 사실은 오늘날 한일 관계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시월마당 역시 이러한 역사 위에서 이어지고 있는 민간교류의 현장이다.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일본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일본 시민들이 이를 직접 체험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자리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 가운데 하나지만 역사 문제와 정치적 갈등으로 관계가 흔들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국가 간 관계와 별개로 지역사회와 시민이 직접 만나 교류하는 활동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1300여 년 전 고구려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사람들이 새로운 터전을 만들었던 고마신사에서 오늘날 한국과 일본의 시민들이 다시 만나 서로의 문화를 나누고 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양국이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며 이러한 민간 차원의 교류를 지속해 나갈 때 한국과 일본은 단순히 ‘가깝고도 먼 나라’를 넘어 진정한 의미에서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