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골프장은 기후가 비슷해 잔디 종류도 상당 부분 겹치지만, 실제 라운드에서는 페어웨이의 촉감과 공이 놓이는 상태에서 차이를 느끼기 쉽다. 핵심은 두 나라 모두 난지형 잔디와 한지형 잔디를 섞어 사용하지만 지역별 기후와 관리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 골프장의 페어웨이에는 전통적으로 한국잔디로 불리는 중지·들잔디 계열이 많이 사용된다. 최근에는 고급 골프장과 수도권 일부 코스를 중심으로 켄터키블루그래스 등 한지형 잔디를 사용하는 곳도 늘었다. 그린은 대부분 크리핑 벤트그래스 계열이 주류다.
일본 역시 페어웨이와 러프에 고라이시바(高麗芝), 노시바(野芝) 등 일본잔디 계열을 널리 사용한다. 일본골프협회 자료에서도 일반적인 코스 구성으로 그린은 벤트그래스, 페어웨이와 러프는 고라이시바를 적용하는 사례가 확인된다. 일본 농림수산성 역시 노시바·고라이시바를 일본잔디, 벤트그래스·블루그래스를 서양잔디로 구분하고 있다.
가장 체감되는 차이는 잔디의 밀도다. 일본 골프장의 고라이시바는 비교적 잎이 가늘고 촘촘하게 관리되는 곳이 많아 공이 잔디 위에 살짝 떠 있는 듯한 라이를 자주 만든다. 아이언이나 웨지의 헤드가 공 아래로 들어가기 쉬워 한국 골퍼들이 일본 골프장에서 “공이 잘 떠 있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다.
반면 한국의 중지 계열 페어웨이는 여름철 생육이 왕성할 때 잔디가 강하고 질긴 편이다. 공이 잔디 사이에 조금 내려앉으면 헤드가 잔디에 걸리는 저항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러프에서는 이런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겨울 풍경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한국잔디와 일본의 고라이시바 모두 난지형이어서 기온이 떨어지면 휴면에 들어가 갈색으로 변한다. 다만 일본은 지역적으로 기후 차이가 매우 커 규슈·오키나와와 홋카이도의 잔디 관리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 한국 역시 제주와 수도권·강원권의 잔디 선택과 관리법에 차이가 있다.
그린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차이보다 개별 골프장의 관리 수준이 더 중요하다. 양국 모두 벤트그래스 그린이 널리 사용되며 예고 높이, 수분, 그린 경도, 배토와 통기작업에 따라 볼 스피드가 크게 달라진다. 일본에서 육성된 벤트그래스 품종 가운데 일부는 한국 골프장에도 도입돼 있어 품종 자체만으로 한일 차이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정리하면 한국과 일본 골프장의 가장 큰 차이는 ‘전혀 다른 잔디를 사용한다’기보다 비슷한 잔디를 지역 기후와 코스 특성에 맞춰 다르게 관리하는 데 있다. 한국은 여름철 강한 생육과 질긴 러프가 특징인 코스가 많고, 일본은 고라이시바를 촘촘하고 짧게 관리한 페어웨이가 많아 상대적으로 깔끔한 라이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골퍼 입장에서는 일본 페어웨이에서 아이언을 칠 때 공을 억지로 퍼 올리기보다 잔디 위에 떠 있는 공을 깨끗하게 맞히는 방식이 유리하다. 반대로 한국의 두꺼운 여름 러프에서는 잔디 저항을 고려해 한두 클럽 짧게 잡거나 로프트가 큰 클럽으로 탈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