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이민 목적지’가 되지 못하나…관광·취업과 정착 사이의 높은 벽

중국은 세계 2위권의 경제 규모와 거대한 내수시장, 빠르게 발전한 도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외국 기업 주재원과 유학생, 사업가도 적지 않다. 그러나 취업이나 유학을 넘어 가족 전체가 장기간 정착하는 이민 목적지로는 미국·캐나다·호주·일본·유럽 국가보다 선호도가 낮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외국인 정책이 전통적인 이민국가와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은 노동력과 인구를 해외 이민으로 보충하기보다 첨단기술 인재, 투자자, 전문가 등 필요한 외국인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이 장기간 거주한다고 해서 영주권이나 국적 취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가 아니다.

중국 국가이민관리국에 따르면 외국인 영주권은 안정적인 직접투자와 납세 실적, 일정 직급 이상의 전문 인력 경력, 국가에 대한 특별한 공헌, 중국인 배우자와의 혼인 및 장기 거주 등 정해진 요건을 충족해야 신청할 수 있다. 단순히 중국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사실만으로 영주권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중국의 외국인 인구 자체도 국가 규모에 비해 적다. 2020년 실시된 제7차 전국인구조사에서 중국 본토 31개 성·자치구·직할시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84만5697명으로 집계됐다. 당시 중국 전체 인구가 약 14억1000만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외국인 비율은 약 0.06%에 불과했다. 같은 조사에서 홍콩·마카오·대만 주민까지 포함해도 중국 본토에 거주한 역외 인구는 약 143만명이었다.

국적 취득도 쉽지 않다. 중국 국적법은 중국 국적자에 대한 복수국적을 인정하지 않는다. 외국인이 중국 국적을 취득하려면 기존 국적 문제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영주권 취득과 귀화 사이의 부담이 크다. 복수국적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거나 장기 거주 후 시민권 신청 기회를 제공하는 이민국가와 차이가 있다.

취업 비자도 직장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외국인이 중국에서 일하려면 취업 허가와 취업 목적의 거류허가가 필요하다. 직장을 옮기거나 고용관계가 끝나면 관련 허가를 다시 처리해야 한다. 은퇴 후에도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일반적인 은퇴이민 제도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중장년층에게 불리하다.

주택을 구입한다고 영주권이 따라오는 것도 아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는 외국인의 주택 구입 목적과 보유 수, 근무·납세 기간 등에 제한을 두고 있다. 지역별 요건에는 차이가 있지만 외국인은 대부분 실제 거주할 주택 한 채만 구입할 수 있다. 부동산 투자와 체류자격을 연계하는 일부 국가의 투자이민과는 성격이 다르다.

자금 이동에 대한 규제도 정착 결정에 영향을 준다. 중국은 외환을 관리하는 국가다. 외국인이 합법적으로 벌어 세금을 낸 소득을 해외로 송금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은행에 소득과 납세 증빙을 제출해야 할 수 있다. 개인의 외환 결제와 매입에는 연간 5만달러 상당의 편의 한도가 적용되며, 이를 초과하면 거래 목적을 증명하는 추가 서류가 필요하다. 자산을 여러 국가에 분산하려는 고소득자나 사업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인터넷 환경과 정보 접근성도 문제로 꼽힌다. 중국에서는 해외 주요 검색·동영상·소셜미디어 서비스 일부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다. 중국식 모바일 결제와 생활 플랫폼은 매우 편리하지만 해외 업무와 국제 커뮤니케이션을 병행하는 외국인에게는 별도의 적응이 필요하다. 언론·출판·온라인 발언에 적용되는 규제 역시 서구권 이민 희망자들이 중국 정착을 주저하는 요인이다.

교육과 의료도 도시별 격차가 크다. 베이징·상하이·선전·광저우에는 국제학교와 외국인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있지만 학비와 의료비가 높다. 외국인 자녀가 중국의 공립학교와 대학입시 체계에 들어가려면 언어뿐 아니라 호구제도 및 지역별 입학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지방으로 이동하면 외국어 의료와 국제교육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든다.

그렇다고 중국에 정착하는 외국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과 결혼한 사람, 제조업·무역 종사자, 대학 연구자, 첨단기술 인력에게 중국은 여전히 중요한 생활 기반이다. 상하이 등 일부 지역은 박사학위 소지자와 전문 인력의 영주권 신청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장기 거류허가 제도도 개선하고 있다. 2023년에는 외국인 영주권 신분증을 개편한 ‘오성카드’를 도입해 교통·금융·숙박 등에서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2024년 중국을 출입국한 외국인은 연인원 6488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82.9% 증가했다. 중국 정부가 무비자 입국과 환승 정책을 확대하면서 관광과 단기 방문은 빠르게 회복됐다. 그러나 방문객 증가가 곧 이민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결국 중국이 이민 목적지로 널리 선택되지 않는 핵심 이유는 생활비나 경제 수준보다 정착 경로의 불확실성에 있다. 취업과 사업 기회는 크지만 장기 체류에서 영주권, 국적 취득으로 이어지는 제도가 좁고 복잡하다. 재산권과 자금 이동, 인터넷 이용, 자녀교육까지 장기간의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이민 희망자에게 중국은 ‘일할 수 있는 나라’이면서도 ‘완전히 정착하기는 어려운 나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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