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학 유학 열기 식나…비자 강화·고물가·취업난 ‘삼중고’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과 국제적인 학위를 앞세워 글로벌 유학생을 끌어모았던 영국 대학의 인기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영국 유학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대학들도 새로운 유학생 확보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영국 유학 열기가 식는 가장 큰 이유는 강화된 이민 및 비자 정책이다. 영국 정부는 순이민 감소를 목표로 유학생 제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대학원 석사 과정 학생의 가족 동반이 대부분 제한됐으며, 졸업 후 취업 비자(Graduate Route)에 대한 추가 규제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영국을 장기 체류와 취업의 기회로 인식했던 해외 학생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학 비용의 급격한 상승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영국 대학의 국제학생 등록금은 대부분 연간 2만~4만 파운드 수준이며, 의학·경영학 등 일부 전공은 이를 크게 웃돈다. 여기에 런던을 비롯한 주요 도시의 주거비와 생활비까지 크게 오르면서 전체 유학 비용은 과거보다 크게 증가했다.

취업 환경도 이전만큼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기업들의 채용이 둔화되고, 외국인 채용 시 스폰서 비자를 제공하는 기업이 제한적인 점도 졸업 후 취업을 고려하는 학생들에게 부담이다. 인공지능(AI)과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신입 채용 규모가 감소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환율 부담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파운드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아시아 국가 학생들의 학비와 생활비 부담은 더욱 커진다. 특히 한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환율 변동이 유학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 간 유학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영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캐나다와 호주도 최근 일부 규제를 강화했지만 여전히 다양한 이민 경로를 제공하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등록금과 영어 강의를 확대하며 국제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시아 국가 대학들의 경쟁력 향상도 변수다. 싱가포르, 홍콩, 중국, 한국의 주요 대학들이 세계 대학평가에서 꾸준히 순위를 높이면서 굳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영국으로 유학할 필요성이 줄었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영국 대학들도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다. 일부 대학은 국제학생 감소로 재정 압박을 받으면서 학과 통폐합과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해외 캠퍼스 확대와 온라인 교육 강화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영국의 교육 경쟁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를 비롯한 세계적 명문대의 연구 역량과 국제적 네트워크는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금융·법률·예술 등 일부 분야에서는 영국 학위의 국제적 가치도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영국 유학 시장은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상위 대학과 전문 분야는 경쟁력을 유지하겠지만, 중위권 대학들은 국제학생 감소와 재정난이라는 이중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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