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역 동쪽 출구 앞은 오랫동안 도쿄의 얼굴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그 중심에 있던 신주쿠 알타는 1980년 개업 이후 45년간 젊은이들의 문화와 패션을 상징했지만, 2025년 2월 문을 닫고 현재는 해체 공사가 한창이다. “알타 앞”이라는 약속의 풍경은 이제 기억 속 장면으로 남았다.
나는 1990년대 말 일본에 어학연수를 왔을 때, 처음으로 신주쿠 알타 앞의 북적임을 경험했다. 휴대전화가 보급되기 전이라 “알타 앞에서 보자”는 말만으로도 수많은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 시절 매장 안에서 본 굽 높은 샌들은 학생이던 내게는 너무 비싼 물건이었지만, 신주쿠 패션의 화려함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알타는 내게 일본에서의 초창기 기억과 맞닿아 있는 장소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알타는 점차 빛을 잃었다. 한때 최첨단 패션으로 가득했던 공간은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결국 1층을 채운 것은 생활용품점이었다. 화려한 유행의 무대가 생활필수품으로 채워지는 풍경은, 시대의 변화와 소비 구조의 재편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지금 신주쿠는 물론 도쿄 전역이 재개발로 요동치고 있다.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오래된 상징은 해체되며, 도시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새롭게 만들어 간다. 이는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지만, 동시에 사람들의 기억을 지워내기도 한다. 나처럼 알타에 추억을 가진 세대는 아쉬움을 느끼겠지만, 새로운 세대는 또 다른 상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신주쿠 알타의 해체는 도쿄라는 도시가 과거의 상징을 지우고 새로운 상징을 쌓아 올리는 과정의 한 장면이다. 건물은 사라져도 그 자리에 담겼던 기억은 남아, 도시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또 다른 층위를 이룬다. 이처럼 도쿄의 매력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새로운 미래가 교차하는 그 끊임없는 순환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