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영 칼럼 77] jky의 진로진학상담 이야기

– 눈만 뜨면 자는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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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진로진학상담을 하다 보니 상담 신청은 두 부류의 상담 신청으로 나누어진다. 학생 자신이 원하여 신청하는 자발적 신청과 부모님 또는 담임 선생님의 요청에 의한 비자발적 신청이다. 자발적 신청의 경우는 대부분 티키타카가 이루어져 레포가 형성되지만, 비자발적 신청의 경우에는 마치 장벽 뒤의 학생이라도 되는 듯 레포가 형성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오늘은 담임 선생님의 요청에 의한 비자발적으로 참여한 학생의 이야기다.

1학년 학생 중에 별명이 ‘눈만 뜨면 자는 아이’가 있었다. 화장실 갈 때와 점심 먹으러 식당에 갈 때 외에는 눈 뜬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학생이다. 어떤 학생일까? 남자 고등학생의 경우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는 학생이다. 밤새 게임을 하고 나면 기계가 아닌 이상 체력 보충(?)이 필요하다. 수면을 통해 열심히 체력 보충을 해야 집에 가면 다시 밤새 게임에 몰두할 수 있을 테니까…. 당연히 부모님에게는 게임 폐인이라고 야단만 맞거나, 아니면 부모님의 체념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며, 학교에서도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는 눈엣가시일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이 학생을 어여삐 여긴 담임 선생님이 어느 날 나의 진로상담실로 찾아와 그 학생의 상담을 의뢰했다. 그 학생의 상담을 수락하고 담임 선생님이 돌아가자 같은 사무실의 선생님이 ‘저런 학생은 wee class(전문 상담실)로 보내야지 왜 진로진학상담 교사인 선생님에게 상담 의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 학생은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나를 찾아왔다.

나의 첫 마디는 “너, 게임 잘한다며?”였다. 게임 폐인이라는 이유로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에게 야단을 맞거나 눈총의 대상이었던 학생은 ’잘한다’라는 자신에 대한 평가에 짐짓 놀라며 “어떻게 아셨어요?” 한다. “네 담임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하니 마음의 문을 여는 모습이 보였다. 게임 폐인이라는 이유로 여태 야단만 맞아 어른들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고 지내던 생활 속에 자신을 칭찬한 담임 선생님이 계신다는 말에 마음의 문을 열게 된 것이다.

게이머 중에 상위 1%에 해당하는 실력이나, 1%의 실력으로는 프로게이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학생이었다. 그 학생의 말로는 0.01% 이내에 들어야 프로게이머의 세상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고 한다. 밤새워 게임을 해도 1%의 장벽을 넘지 못해 의기소침하고 좌절하며 ‘눈을 뜨면 자는 아이’가 되었는데, 0.01%의 진입 장벽은 그 학생에게 넘사벽이었던 것이다.

진로진학상담 교사이기에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꿈을 가지되, 그 꿈이 높고 멀리만 보인다고 좌절하지 말자. 프로게이머가 되지 못할지라도 그 게임 실력이면 충분히 <게임 산업>에 종사할 수 있다. 네가 즐기는 게임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게임 기획자, 컴퓨터프로그래머, 소프트웨어 개발자, 머천다이저 등 게임 분야의 연관 직업이 많다. 모 게임 회사를 봐라. 게임으로 대기업이 되었다. 샘은 게임을 몰라서 불가능한 범접 불가의 영역이 게임 산업이지만, 너는 지금의 실력으로도 충분히 게임 산업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단다. 열심히 도전해 보자!>라는 응원과 격려의 상담을 해 주었다.

그리고 그 학생은 다음 시간부터 수업 시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2학년이 되어 게임 회사의 인턴으로 선발되어 체험학습을 신청하더니 결국에는 그 게임 회사에 정식으로 스카우트되었다.

이 사례는 후배 학생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꿈은 자신이 꾸는 것이며, 그 꿈은 자신만이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꿈이 없으면 좌절할 수 있으나, 꿈이 있으면 부족한 실력에도, 힘든 상황에서도 꿈을 향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가령, 의사가 꿈인 학생은 부지기수다. 그러나 아무나 의사가 될 수는 없다. 의사가 꿈인 학생이라면 미리 꿈을 포기하기보다는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다 뜻을 이루지 못할 경우, 의료 산업(의공학자, 제약사 연구원, 간호사 등)에 종사할 수 있다. 자신의 적성과 꿈과는 전혀 다른 업종의 직업보다는 자기 적성에 맞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행복도 따르고 보람도 따라온다.

어떤 학생이든 저마다의 아름다운 내면의 재능이 있다. 재능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발명이 아니라, 내면의 숨겨진 보석의 발견이다. 인구 절벽 시대에 이제는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진학이라는 획일적인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과 하고 싶은 꿈을 이루도록 재능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량과 자격을 차근차근 갖추어 나가도록 돕는 것이 학교 교육이자 사회적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성장한 우리 학생들이 행복한 삶의 주체가 되어 우리 사회와 공동체를 밝히는 든든한 미래의 동량으로 우뚝 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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