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과 바이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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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를 좋아하는 필자에게 우리나라의 32강 토너먼트 진출 실패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월드컵의 관전 포인트는 국가 또는 개인별로 다를 수 있다. 어떤 이는 자국은 물론 특정 국가를 응원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이들은 특정 선수에 대한 애정으로 선수 위주의 응원을 하기도 한다.
필자에게는 노르웨이 선수들의 노젓기 퍼포먼스와 관중들의 노젓기 응원이 사뭇 흥미롭다. 노르웨이는 덴마크 및 스웨덴과 더불어 우리가 알고 있는 바이킹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영어학 전공자로서 영어사에 영향을 끼친 바이킹 침공(Viking Invasion)의 후예인 노르웨이가 잉글랜드와 8강에서 맞붙게 되었으니 더욱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었다.


로마의 퇴각 이후 브리튼 섬을 정복하여 영국인으로 정착한 앵글로·색슨족과 영국을 침공한 바이킹은 사실 동일한 게르만족 혈통이다. 그러나 영국의 탄생(AD 449) 후 약 300년의 세월이 지나 이민족이나 다를 바 없는 스칸디나비아반도의 게르만족인 바이킹들이 AD 787년부터 약 300년에 걸쳐 침공 및 퇴각을 반복했으며, 그 과정에서 크누트 왕은 영국의 왕을 겸하기도 했다. 해적이었던 바이킹의 침략 또는 습격은 영어사에 기록될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바이킹의 후예인 노르웨이와 잉글랜드가 8강에서 맞붙게 되었기에 필자는 결승 이상으로 흥미 있게 지켜보게 되었다. 바이킹이 잉글랜드를 침공했듯이 8강에서는 노르웨이가 먼저 골을 넣었다. 경기를 압도하던 잉글랜드였으나 첫 골은 노르웨이의 몫이었다. 수비 위주의 노르웨이는 한 번의 역습에서 안드레아스 시엘데루프(Andreas Schjelderup)의 강력한 슛이 골로 연결되며 바이킹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과거 바이킹의 침공을 역사의 뒤안길로 보냈듯이, 주드 벨링엄(Jude Bellingham)의 두 골을 앞세워 노르웨이의 기쁨을 찰나로 만들며 승리의 축배를 들어 올렸다..
축구의 묘미는 패배가 예상되는 약팀이 승리는 짜릿함이 있는가 하면, 역시 이길 팀이 이겨 기대치가 충족되는 기쁨이 있어서 좋다. 약팀의 입장에서 승리하면 <언더독의 반란(Underdog’s Victory)>이라고 하며, 강팀의 입장에서 패하면 <업셋(upset)>이라고 한다. 반면, 강팀이 예상대로 승리하면 <탑독의 승리(Top dog’s victory)> 또는 <각본대로였다(Business as usual)>라고 한다. 노르웨이의 선제골로 언더독의 반란, 즉 잉글랜드의 업셋(upset)이 기대되던 찰나, 잉글랜드는 탑독의 승리(Top dog’s victory as usual)가 무엇인지 몸소 증명해 보였다. 노르웨이가 <역전패(Blowing a lead(리드를 날려버리다)>의 아쉬움을 삼킨 반면에 잉글랜드는 <드라마틱한 역전승(Dramatic comeback win)>의 기쁨을 누렸다.
강팀이 이길 때 business as usual이라고도 하지만, <강팀은 영원하다.>라는 뜻으로 <Class is permanent.>라고 한다. 이번 월드컵의 4강에 FIFA 랭킹 1위~4위가 모두 포함된 걸 보면 <Class is permanent.>라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브라질은 우승 후보답지 못하게 16강전에서 노르웨이에게 패하여 8강 진출에 실패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되었다. 이변의 희생양을 <Sacrificial lamb 또는 Victim of an upset>이라고 하는데, <Sacrificial lamb(희생양)>은 성경에서 번제를 드릴 때 희생의 제물로 드리는 양(sheep)을 말한다.
2026 월드컵은 사상 최초의 3개국 공동 개최이면서, 처음으로 48개국이 참가하는 최대 규모의 월드컵이다. 2002년에 열린 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가 아직도 눈에 생생한데, 이미 24년 전의 추억이 되고 있다. 박지성과 이영표를 포함한 <K-축구혁신위원회>가 출범한다고 한다. 2026 월드컵의 아쉬움을 이겨내고 다음 월드컵에서는 한국 축구의 위상을 회복하도록 도약하길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