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에 얽힌 이야기, 인류의 서사를 마무리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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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호 칼럼부터 시작하여 지난 호까지 밤하늘의 별자리와 계절의 변화, 그리고 월별 어원과 쓰임을 거쳐 요일과 12진법과 60진법에 이르기까지 무질서할 듯한 자연 현상에서 <법칙>을 발견하고, 이를 숫자라는 정교한 틀에 가두는 시간에 얽힌 인류의 서사에 관해 알아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지난 연작을 통해 살펴본 시간에 얽힌 이야기들은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시간의 기원을 찾는 여정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기원전 로마인들이 자연의 주기를 맞추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다듬어 온 캘린더의 역사는 단순히 날짜의 나열이 아닌 태양과 달의 운행을 인간의 삶 속으로 가져오려는 치열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요일> 역시 신화와 천문학이 결합한 상징적 체계로 행성의 이름에서 따온 요일의 명칭들은 고대인들이 우주를 바라보던 시각이 오늘날 우리의 일상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한다.
시간은 직선으로만 흐르지 않고 계절이라는 이름으로 순환함을 살펴보았다. 만물이 소생하는 기점이자, 인류가 시간의 마디를 끊어 새로운 시작을 알린 계절이 바로 봄(Spring)이었다. 그래서 spring은 봄의 의미도 있지만, 도약의 의미로 용수철(spring)이 되었고, 생명수를 공급하는 우물(spring)이 되기도 하였다. 당연히 농경이 시작되는 계절이기도 했다.
해와 달을 의미하는 일요일과 월요일을 포함한 일곱 개의 천체(Seven Luminaries)에서 유래한 요일에 얽힌 이야기를 거쳐 인류의 수학적 지혜가 빛난 12진법과 60진법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10진법으로는 두 명과 다섯 명만이 공평하게 나누어 가질 수 있지만, 2명, 3명, 4명, 그리고 6명이 서로 공평하게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약수가 많아 분할이 용이한 12라는 공정하고 공평한 분배의 원리가 작용된 완벽한 숫자였다.
BC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에서 시간이 흐르는 원리인 진법과 천문을 발견하였고, BC 46년에 로마에서는 흩어져 있던 원리를 모아 실용적인 도구인 율리우스력이 완성되었다.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가 시간이라는 원석을 채굴했다면, 로마는 그 원석을 다듬어 전 세계인의 손목 위에 놓인 시계와 책상 위의 달력이라는 보석으로 가공했다고 보면 된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 문명 특히 한국을 포함한 동양의 문명은 서양으로부터 발원된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이 또한 오해였음이 증명되었다. 동서양의 천문학 모두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의 천문학에서 기원하였기 때문이다.
최근 칼럼의 주제인 jky의 영어이야기의 관점에서 우리가 영어로 [쥴리어스]라고 발음하는 Julius를 [율리어스]라고 발음하는 것 또한 흥미롭다. 필자의 성인 Jung을 영어권에서는 [정]으로 발음하지만, 독일어와 같은 로망스어 계통에서는 [융]이라고 발음한다. 로망스어로 발음하면 필자의 이름은 [정경영]이 아닌 [융경영]이 된다. 실제로 분석심리학의 거장인 Carl Jung은 [칼 정]이 아닌 [칼 융]이다. 그래서 언어학에 일찍 눈을 뜬 한국의 식자들 중에는 Jung이라는 스펠링을 대신하여 Chung을 사용하는 분들도 있다. <J>의 발음 방법을 보면 영어권 출신인지 로망스어권 출신인지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시간의 기원을 찾아 떠난 과거의 여행은 우리가 기록한 자취에 머무르기보다 우리가 살아갈 시간의 청사진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의 서사가 언제 그리고 어떻게 재해석될지 알 수 없다. AI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과거의 화려함에 안주하거나 현실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미래를 보는 안목 즉 미래안(未來眼)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