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실에서 AI를 활용하라고 지도해온 것은 효율성을 높이고 학습의 방향을 잡아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오늘, 그 효율성이 오히려 학생들의 사고를 마비시키는 장면을 처음으로 마주했다. 학생 발표 시간, 화면에는 그럴듯한 슬라이드가 떠 있었지만, 발표자는 그 안의 단어조차 제대로 읽지 못했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 심지어 자신이 읽을 수 없는 한자를 그대로 화면에서 내려 읽는 모습이 이어졌다.
AI가 만들어준 문장 속에서 학생은 길을 잃어버렸다. 스스로 입력하고 정리해 만든 자료였다면 최소한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의 말도 아닌 문장을 그대로 외워 읊는 데 그친다. 그 결과 발표는 생동감이 없고, 듣는 사람은 집중할 수 없으며, 학습은 단절된다.
이것은 단지 대학 강의실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만약 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이런 발표 방식이 확산된다면 학생들은 금세 지루함을 느끼고 수업에서 멀어질 것이다. 발표는 본질적으로 전달이 아니라 ‘이해의 증명’이어야 한다. AI가 초안을 돕는 것은 가능하지만, 발표자는 반드시 그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씹어 삼키고, 재구성하고, 체화해야 한다.
회사의 회의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머리로 정리한 문장 없이, AI가 만든 자료를 그대로 읽는 발표가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발표는 결국 사람의 역량이 드러나는 자리다.
AI를 활용하는 시대일수록 학습은 ‘노력 없는 효율’이 아니라 ‘이해 기반의 효율’로 향해야 한다. AI는 구조와 방향을 잡는 도우미일 뿐, 학습의 본질을 대신할 수 없다. 교육자들은 학생들이 AI에 기대어 사고를 생략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바탕으로 더 깊이 사고하고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은 기술 활용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이해하고 말할 수 있는 힘에 있다.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