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지망지(投之亡地), 절박함이 만들어내는 생존의 힘

고전 병법서인 손자병법은 절체절명의 순간에야 비로소 인간과 조직이 가진 진정한 힘이 드러난다고 강조한다. 투지망지, 함지사지로 요약되는 이 메시지는 벼랑 끝에 선 존재가 가장 강한 생존력을 발휘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대 사회에서도 큰 실패나 깊은 좌절을 겪어보지 않은 개인이나 조직이 갑작스러운 위기 앞에서 흔들리는 사례는 적지 않다. 반대로 바닥까지 내려가 본 경험은 강한 복원력과 웬만한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면의 힘을 길러준다. 막다른 곳에서 후퇴가 불가능한 순간, 오히려 결집력과 집중력이 극대화되는 현상도 확인된다.

조직의 경우 마찬가지다. 위기 속에서 형성된 동류의식은 무엇보다 강한 결속력을 만든다. 파도가 높은 바다에서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은 이해관계나 감정의 대립을 떠나 생존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며 하나가 된다. 이른바 오월동주로 불리는 정신적 일체감이다.

손자병법은 이러한 상황을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생존의 문이 열리는 지점으로 보았다. 죽음의 땅으로 불리는 사지와 망지에서 비로소 살 길을 찾게 된다는 통찰이다. 절박함이 만들어내는 집중력, 판단력, 동류의식, 행동력은 평상시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힘이다.

결국 절박함은 새로운 길을 발견하게 만드는 동력이다. 위기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마주할 때 생존의 지혜와 변화의 기회가 열린다는 고전의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

죽음의 땅에 빠진 듯한 상황일지라도, 그 순간이 곧 살 길이 열리는 지점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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