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태평양전쟁 종전 80주년을 맞아 새로운 ‘전후 담화’를 발표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80년이라는 시간은 한 시대를 마감하는 계기”라며 “역대 총리들의 담화를 종합해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를 두고 이시바 총리가 오는 8월 15일 종전일에 맞춰 ‘전후 80주년 담화’를 발표할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내에서도 대표적인 보수 중도 인사로 꼽히지만, 역사 문제에 있어 신중한 접근을 강조해 왔다. 그는 과거 “전후 체제를 벗어나려면 역사 인식에 대한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담화 발표 자체에 회의적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이번 발언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일본의 총리 담화는 전쟁 책임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중요한 외교적 메시지로 간주된다.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는 ‘전후 50주년 담화’를 통해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여러 나라에 고통을 줬다”며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공식 표명했다. 이 담화는 이후 일본의 전쟁 책임에 대한 기본 입장으로 반복 인용돼 왔다.
반면 2015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발표한 ‘전후 70주년 담화’는 전쟁에 대한 책임 언급을 과거 담화의 인용에 그쳐 직접적인 사죄를 피한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아베 전 총리는 제국주의 시대와 세계대공황 속 일본의 외교적 고립 상황을 강조하며, “전쟁의 참화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지만, ‘침략’과 ‘식민지 지배’라는 표현은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가 준비 중인 담화가 무라야마 담화처럼 명확한 책임 인식과 사죄를 담을지, 아베 담화처럼 우회적 표현에 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시바 총리는 “과거 담화를 기반으로 하되, 현재의 국제정세와 국민 감정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어, 내용의 수위와 표현 방식에 따라 국내외의 반응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정부는 8월 15일 종전일을 앞두고 이시바 총리의 담화 발표 여부와 관련해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시바 총리가 어떤 형식의 메시지를 내놓을지는 향후 일본 내각과 여론의 흐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