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부장을 거쳐 진로진학 상담교사를 역임하다 보니 대입 상담은 물론 진로 고민과 학업 및 직업에 관한 상담 등 다양한 상담 영역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오천 건이 넘는 상담 중 거의 모든 학생과 학부모에게 듣는 잘못된 입시용어가 <생기부>다. 생기부는 <초등학교>로의 개칭 이전의 이름인 <국민학교>에 해당한다.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개칭이 된 것처럼 생기부도 개칭되었다. 그렇다면 생기부는 어떤 이유로 인해 어떤 이름으로 개칭되었을까?
상담하면서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학종>을 아냐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 안다고 답한다. “그러면 <학종>이 무엇의 줄임말일까요.”하고 물으면 “학생부종합전형”이라고 답한다. 그래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맞아요? 아님, 생기부종합전형(생종)이 맞아요?”라고 다시 물어본다. 그러면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종’이라고 쉽게 답한다. 이론과 실제의 괴리(Theory is one thing, practice is another.)가 입시의 현장에 꽈리를 틀고 있는 형상이다. 학교생활기록부의 줄임말이 <학생부>이고, <학생부>종합전형의 줄임말이 <학종>인 것을 앎에도 <생활기록부>의 줄임말인 <생기부>라는 용어를 왜 아직 그리고 여전히 사용하고 있을까?
생기부가 학생부로 개칭된 이유를 알아보자. 성적위주의 평가 대신 개인의 잠재 역량을 평가하고자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는 2008년에 시작되었다. 성적이 아닌 잠재 역량을 평가한다는 입학사정관제의 좋은 취지가 <성적이 아닌>에 방점이 찍히는지 보니, 9등급 학생이 특기 한 가지로 명문대에 합격하는 등 대입에서 성적 위주의 풍토에 익숙한 국민에게는 의심의 대상이 되었다. 즉 생활기록부(생기부)의 기록에 학교밖 활동까지 기록되고 이를 대학에서 평가하여 선발자료로 활용하는지 보니 ‘이제 공부 안 해도 된다. 특기 하나만 있으면 된다.’ 그러니 ‘이제는 공부 잘할 필요가 없다.’라는 식의 오해와 폐해가 속출하며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었던 것이다. 당연히 사회적 공분은 예고된 수순이었고, 입학사정관제는 막을 내리게 된다.
이에 정부는 입학사정관제도의 보완 장치로 <고등학교 생활만 입시에 반영하자>는 취지로 <생활기록부(생기부)>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로 개칭 및 보완되었다. 입학사정관제도에서는 생기부에 기록된 외부 활동도 중요 스펙으로 인정되었지만, 학생부위주 전형(학생부교과 전형 및 학생부종합 전형)에서는 일체의 외부 활동을 학생부 기록에서 배제하였다. 고등학교 시절의 학교생활만 기록하고 이를 대입에 반영하여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생활기록부(생기부)>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로 개칭된 것이다. 특히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종합 전형’의 줄임말이 우리에게 익숙한 학종이 된 것이다.

여기에서 <위주>라는 용어는 어떤 의미일까? 학생과 학부모들은 잘 모르는 입시용어 중 하나다. 대입 전형은 4가지 전형 즉 학생부위주, 논술위주, 실기/실적위주, 수능위주로 나뉜다. 학생부위주 전형은 다시 학생부교과 전형과 학생부종합 전형으로 나누어진다. <위주>라는 용어를 예로 들어 설명하면, 학생부위주의 하나인 <학생부교과> 전형은 교과성적이 50%를 초과 반영되어야 하고, <논술위주>인 경우에는 논술이 50%를 넘게 반영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리로 수능 최저를 반영하는 학생부교과 전형과 학생부종합 전형은 학생부가 50% 이상 반영되고, 반대로 정시에서도 요즘은 서울대를 필두로 학생부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역시 정시는 수능위주이기 때문에 수능 성적이 50% 이상 반영된다. 이렇게 위주라는 용어로 인해 학생부 교과 및 학종에서는 교과 과목의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지난 호에서 언급한 사탐런이 요즘 학생들의 절대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과탐 과목으로는 4등급 이상이 불가능한데 사탐으로 2등급이 가능하다면 한국의 입시 정서에서 누가 사탐런 택한 학생을 탓할 수 있을까? 이렇게 과목별로 유불리를 찾아 유리한 과목 즉 사탐 과목을 찾아 떠나는 현상을 유목민(nomad)에 빗대어 내신노마드(내신유목민)라고 하는 것이다. 슬픈 한국의 입시용어다.
숫자로 읽히는 성적만 좋은 학생이 대접받는 사회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내신 유불리에 의해 학교생활의 의미가 정해지는 게 아닌 책도 읽고, 운동도 하며 자신의 꿈을 찾아 잠재 역량을 함양하는 곳, 그래서 즐겁고 행복한 생활이 가능한 곳 그곳이 바로 우리 학생들의 학교이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