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홍콩에서 만난 예술의 미래, 아트바젤 홍콩 2025

긴 학기를 마치고 ‘힐링’이란 이름 아래 홍콩을 찾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의 재회가 가장 큰 목적이었는데, 일정을 잡고 보니 세계적인 현대미술 축제인 ‘아트바젤 홍콩 2025’가 마침 같은 시기에 열리고 있었다. 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예술계 거장들과 유력 컬렉터들로 북적이는 행사에 발을 디뎌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홍콩컨벤션 앤 엑시비션센터(HKCEC)에서 열린 올해 아트바젤 홍콩 2025 는 42개국에서 온 24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해 현대미술의 최신 동향을 선보였다. 행사 기간 중 무려 9 만여 명의 관람객이 몰렸다고 하니, 홍콩이 아시아 예술 시장의 중심임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셈이다. 전 세계가 모인 자리라고는 해도, 의외로 가장 눈에 띄는 건 중국에서 온 젊은 MZ 세대들이었다. 만다린으로 대화를 나누며 세련된 차림새로 행사장을 누비는 모습은 ‘예술 감상’에 SNS 기록을 더해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해내는 현대인의 단면을 잘 보여주었다.

Art Basel Hong Kong 2025 at the Hong Kong 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er (Photo: Wonsuh Song)

평소 미술 전시에 가면 작품에만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트바젤은 달랐다. 각 갤러리 부스 앞에 설치된 상담용 테이블, 그 주변에 모여 앉은 스태프들, 그리고 작품과 그를 배경으로 끊임없이 사진을 찍는 사람들까지—모두가 하나의 확장된 예술 작품처럼 느껴졌다. “이 작품 앞에서는 이렇게 사진을 찍어야지”라며 본인의 패션과 분위기를 철저히 의식한 채 포즈를 취하는 모습은, 전시의 주인공이 비단 캔버스나 조각만이 아니라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임을 깨닫게 한다.

코로나 이후 방문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홍콩에게는 아트바젤이 하나의 ‘구원투수’처럼 보였다. 행사 기간에 맞춰 호텔과 레스토랑이 북적이고, 곳곳에서 다양한 연계 이벤트가 열려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미술 작품 거래와 VIP 사전 프리뷰 등을 통해 상당한 금액이 오가고, 일반 관람객들의 소비도 홍콩 경제에 큰 기여를 했다. 과거 장국영, 매염방 등으로 대표되던 홍콩 문화의 ‘황금기’가 다소 빛바랜 지금, 아트바젤을 통해 도시의 새로운 문화적 에너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 전시장을 거닐며, “왜 이제야 이런 자리에 와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과 담쌓고 지냈던 내게, 아트바젤 홍콩은 현대미술의 최전선이란 묵직함 못지않게 ‘취향 존중’과 ‘자유로운 소통’이라는 색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처음엔 낯설기만 했던 공간에서, 결국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예술을 매개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현장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앞으로도 홍콩이 이 도시만의 독특한 감성 속에서 예술적 가치를 키워가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또 한 번 아트바젤을 찾게 된다면, 그땐 좀 더 열린 시선으로 작품을 들여다보고—한편으론 내 모습 역시 그 전시의 일부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즐기며 돌아다니고 싶다. 이렇게 다시금 깨닫게 된다. 예술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으며, 낯설지만 동시에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익숙한 풍경이라는 것을.

Art Basel Hong Kong 2025 행사장의 첫 드론 영상 (credit: Art Basel Hong Kong Official YouTube)

송원서 (Ph.D.)
슈메이대학교 전임강사 / NKNGO Forum 대표
https://geographersong.jp/ab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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